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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여인’ 정권교체 맨 앞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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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표로 뽑힌 한명숙
뇌물·불법자금 재판서 ‘무죄’뒤 다시 태어나
올해 총선·대선 관리할 안정적 리더십 요구받아
“인적 쇄신으로 기대 부응”

» 민주통합당 대표 최고위원 경선후보들이 15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대의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변은 없었다.

민주통합당의 새 지도부 선출에 참여한 50만명의 시민과 대의원은 한명숙 전 총리를 새 대표로 선출함으로써 이질적인 세력의 통합을 마무리하고 총선과 대선을 안정적으로 관리해달라는 요구를 표출했다. 한 대표와 선두권을 형성했던, 과감한 변화와 혁신의 상징인 문성근 최고위원은 한 대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인터넷 라디오 ‘나는 꼼수다’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씨는 그의 책 <닥치고 정치>에서 “당선이란 정치인이 대중들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아왔던 부채의식, 그 빚을 한 번에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인 한명숙’은 수십만명의 선거인단에 어떤 빚을 깔아뒀을까.

한명숙 대표는 김대중 정부에서 초대 여성부 장관을, 노무현 정부에서는 환경부 장관을 거쳐 첫 여성 총리를 지냈다. 하지만 그가 대중들에게 강한 이미지를 남긴 시기는 그 이후였다. 2009년 5월29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 때 슬픔을 누르며 조사를 읽어내려가던 한명숙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 한 대표도 ‘검찰의 희생양’이 될 뻔했다.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던 그는 검찰 수사와 재판 와중에 선거를 치렀다. 0.6%포인트 차 패배였다. 검찰은 2009년 말부터 시작된 ‘5만달러 뇌물수수 사건’에 대해 무죄가 나자 즉각 다른 정치자금 수사를 시작했다. ‘불법정치자금 9억원 사건’도 지난해 10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한 대표는 경선기간 내내, 2년이 넘는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을 거치면서 “이명박 정권의 정치탄압을 뚫고 철의 여인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걸 강조했다. 검찰이 그를 단련시킨 일등공신인 셈이다. 그가 민주통합당 대표로 당선된 데엔 이런 부분에 대한 당원들의 미안한 마음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가 한달여의 선거운동 과정에서 내세운 건, 유력한 대선주자이기도 한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과의 대립 구도였다. 그는 15일 현장연설에서 “한나라당 박근혜와 싸워 이길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한명숙이 독재와 싸우고 고문당하며 차디찬 감옥에 있을 때 박근혜는 청와대에 있었다. 한명숙이 99% 서민과 함께 가난과 싸울 때 박근혜는 1% 부자 증세에 반대했다”고 외쳤다.

민주통합당을 지지하는 시민과 대의원들이 그를 선택한 또다른 이유는 오랜 경륜과 경험에서 나오는 안정감이다. 총리까지 지낸 국정운영 경험, 민주당의 정통성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태생은 시민사회단체라는 점, 정권교체로 나가는 데 필수적인 당내 통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는 점 등을 평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정통성과 안정감은, 뒤집으면 그가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안철수 현상’으로 대변되는 과감한 혁신과 변화 요구를 수용하지 못할 경우, 익숙함에 안주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런 당 안팎의 우려를 의식한 탓인지 한 대표는 대표 수락 연설에서 ‘창조적 파괴’를 약속했다. 그는 “정책과 노선을 혁신하고 과감한 인적 쇄신으로 변화를 열망하는 국민 기대에 부응하겠다. 민심을 담고 시민의 참여를 담을 수 있는 열린 정당, 소통하는 정당, 온라인 정당 구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공직 경험에 비해 정당 생활, 당직 경험이 풍부하지 않다. 그럼에도 다른 최고위원들과 호흡을 맞춰 역대 최대의 경쟁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4월 총선 공천을 잡음 없이 관리해야 한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에 견줘 지지율이 낮은 야권 대선주자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공정한 경선 관리를 해야 하는 것도 그가 떠맡은 중책 가운데 하나다. 곧 있을 민주통합당 주요 당직 인사가 한 대표 체제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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