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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은 ‘아이폰’을 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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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아이폰 불매’에 대한 글을 ‘아이폰으로 올리는’ 해프닝이 벌어져 화제가 됐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현지 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만약 위챗이 금지된다면 중국인들은 아이폰과 애플 제품을 쓸 이유가 없다”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을 두고 애플 제품 불매를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이 트위터 게시글이 아이폰으로 작성됐다는 것이 논란을 일으켰다. 해당 게시글 하단에는 ‘Twitter for iPhone’이라는 문구가 표시됐는데 이는 아이폰을 통해 올렸다는 뜻이다. ‘아이폰 불매’ 경고글을 정작 아이폰으로 썼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중국인 “위챗 없으면 못 살아”
중국의 국민 메신저라 불리는 위챗은 텐센트에서 개발한 앱으로 현재 중국 인구 14억명 중 12억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 기본적인 메신저 기능 외에도 위챗은 결제·금융·전자상거래·쇼핑·건강·뉴스·예약·교통 등을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으로 자리해 있다. “중국 거지는 위챗페이로 구걸한다”고 할 정도로 중국인에게 위챗은 생활의 필수품이 됐다.

중국 본토에서 널리 사용하는 만큼 해외 거주 중국인이나 기업인 역시 위챗을 흔히 사용한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앱스토어에서 위챗이 삭제될 경우 전 세계 중국인에게 아이폰의 매력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우선 위챗 사용자들은 집단 소송에 나섰다. 미국 내 위챗 사용자들은 22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 전문 분석가 밍치궈 애널리스트는 “위챗은 커뮤니케이션, 결제, 전자상거래, SNS, 뉴스, 생산성 기능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사용자에게 매우 중요하다”며 “(위챗 금지) 움직임은 중국 시장에서 아이폰 판매량을 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최근 진행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0%가 넘는 75만명이 ‘위챗을 쓰지 못하게 되면 아이폰 대신 다른 스마트폰을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미·중 갈등에 강화된 중국인의 애국소비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과거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 제품은 중국인에게 명품에 준하는 취급을 받았다. 지난 2015년 본토 중국인 백만장자 4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샤넬·에르메스를 제치고 애플 제품이 최고의 선물용품 1위에 올랐다. 불과 5년 전의 일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 브랜드 제품의 품질이 발전했고, 자국 브랜드를 보는 중국인의 시선도 바뀌었다. 중국 검색엔진 바이두 등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들의 자국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는 2009년 38%에서 지난해 70%로 상승했다. 또한 ‘싸다’는 인식은 ‘가성비가 좋다’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 업체별 점유율 /카운터포인트 홈페이지

미·중 무역 분쟁의 여파로 중국 내 애국소비 성향이 강화된 것도 눈에 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올해 2분기 화웨이의 시장 점유율은 46%로 전년 동기 대비 크게 늘어났다. 비보, 오포,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감소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에 뭇매를 맞고 있는 화웨이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미국 정부에 대한 반발로 자국 제품을 애용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된 탓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여전한 중국 내 아이폰의 인기
그렇다면 위챗 금지가 곧 아이폰 판매 하락으로 이어질까. 아직은 단언하기 어렵다. 최근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 추이를 보면 그렇다.

중국 현지 조사 기업인 시노리서치에 따르면 아이폰의 올해 2분기 온·오프라인 전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2% 늘어난 1300만대였다. 애플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 외에 유일하게 스마트폰 판매량이 증가한 기업이다. 아이폰11, 아이폰11 프로 맥스 등의 인기가 좋았고, 지난 4월 출시된 아이폰SE2가 역대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되면서 중국의 중저가 시장을 공략했다.

이는 상당히 상징적이다. 미국과의 무역 갈등과 화웨이 제재로 인해 중국인 사이에 ‘미국 혐오’ 정서가 확산됐고 미국 제품 보이콧 움직임이 일어난 악조건 속에서도 아이폰 판매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에서 애플의 브랜드 파워가 얼마나 강력한지, 또한 중국인의 아이폰 사랑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하지만 아이폰을 바라보는 중국 내 분위기는 위챗 금지 사태를 맞아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애플은 글로벌 앱스토어에서 위챗을 제거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애플 실적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중국인 사용자의 스마트폰 선택권에 제한이 걸리는 사안이다.

◇다가오는 아이폰12 출시…향후 추이에 주목

유출된 아이폰12 디자인 이미지 /출처 : Svetapple

상황은 점점 더 흥미롭게 흘러가고 있다. 4종으로 구성된 새로운 아이폰12가 올가을 출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아이폰12가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역대 최대 흥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증권사 웨드부시의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는 “애플에는 10년에 한 번 오는 기회”라며 “앞으로 12~18개월 내에 아이폰12로 교체할 잠재 수요가 3억5000만대”라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중국 시장을 주목하면서 “중국은 여전히 애플 성공의 열쇠이며 내년 아이폰 교체 수요의 약 20%가 중국에서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건스탠리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내 아이폰 교체 수요가 매우 크다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인들이 사용하는 아이폰 중 68%가 2년 이상 됐다”며 “(아이폰12 출시로 인한) 교체 수요는 최근 4년 이내에 가장 큰 규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아이폰12가 처음으로 5G를 지원하는 것이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모건스탠리는 “4G에서 5G로 이동하는 수요가 아이폰 교체 수요와 만나 폭발적인 성장세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위챗이 중국 내 아이폰 판매의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르면서 향후 전개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내달 20일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이후에는 미국과 텐센트의 거래가 전면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과 중국인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중요한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아이폰을 주시하는 중국인들의 애증 어린 시선 역시 점점 복잡해질 전망이다. 과연 아이폰에서 위챗이 사라지게 될까. 만약 그렇다면 애플 제품을 사랑하는 중국인들이 새로운 아이폰12의 유혹을 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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