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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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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남편과 사실상 결혼 불구
출생신고 안돼 보험혜택 못받아
비용 감당못해 베트남엄마 한숨

» 베트남 여성 메이티앙(가명·23)이 17일 오후 서울의 한 동네의 불 꺼진 방에서 지난 4일 미숙아로 태어난 쌍둥이 아기를 찍은 휴대전화 사진을 들어 보여주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17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동네의 불 꺼진 반지하방. 불법체류자 단속을 피해 어두운 방 한구석 침대에 웅크리고 있던 베트남 여성 메이티앙(가명·23)이 몸을 일으켰다.

그는 지난 4일 제왕절개로 딸 쌍둥이를 낳았다. 쌍둥이는 몸무게가 각각 1.7㎏과 810g밖에 되지 않는 미숙아다. 큰딸은 32㏄, 작은딸은 2㏄씩 하루 8번 방울방울 먹는 모유가 아이들의 생명줄이다.

아이들은 태어난 지 열흘이 넘었지만, 출생신고를 할 수 없다. 메이티앙은 지난 2006년 스무살이나 많은 한국남자와 결혼해 울산에서 살다가 남편의 잦은 외박과 방임으로 가출한 뒤 불법체류자가 됐다. 봉제공장에서 일하던 중 2009년 지금의 남편인 김종훈(가명·31)씨를 만났지만 불법체류자 신분이라 혼인신고를 못 했고, 이 때문에 아이들의 출생신고도 할 수 없는 처지다.

남편 김씨는 “한국에 출생신고를 하려면 아내가 베트남에 가서 혼인신고에 필요한 서류작업을 한 뒤 아이들의 출생신고도 베트남에 먼저 해야 한다”며 “아빠가 한국인인데도 엄마가 불법체류자 신분이라 아이들이 한국 국적을 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티앙이 베트남으로 출국하면 불법체류자 신분이기에 한국에 다시 돌아올 수 없다.

출생신고를 못 한 탓에 아이들은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막대한 병원비를 부부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메이티앙은 아이들이 미숙아로 태어난 게 자신의 탓이라고 했다. 남편 김씨는 “임신 4개월째 양수검사에서 두 아이 모두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은 뒤 병원비를 아낄 마음에 아내가 병원에 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배가 아파 병원을 찾았고, 병원에서는 ‘아이와 산모 모두 위험할 수 있다’며 제왕절개로 예정보다 한 달이나 빨리 아이들을 꺼냈다. 수술비와 4박5일 병원비만 550만원이 나왔다.

“패물을 팔고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 겨우 아내의 병원비를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 병원비는….” 김씨는 아내가 퇴원한 지난 8일까지 아이들 병원비가 각각 540만원, 730만원이라는 말을 병원 쪽으로부터 들은 뒤, 지금까지 눈덩이처럼 불었을 병원비가 겁나 총액은 확인하지 못했다며 말을 흐렸다.

김씨는 “저출산 시대라 아이를 낳으면 정부에서 이런저런 지원도 해주고 다문화가정은 그 나름대로 여러 가지 지원책이 있는 걸로 아는데, 우리 아이들은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다니 답답하기만 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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