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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엔지니어가 회고하는 아이폰의 탄생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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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2월, 스티브 잡스 당시 애플 CEO는 수석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그렉 크리스티에게 최후통첩을 했다.

Zuma Press
2007년 1월 9일,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소개하고 있다.

크리스티팀은 ‘장차 아이폰이 될 것’의 소프트웨어 비전(각 부분이 어떻게 서로 어우러져 작동하는가를 포함)을 제시하기 위해 수개월째 고전하고 있었고, 잡스는 2주 안에 결과를 내지 못하면 다른 팀에게 프로젝트를 넘기겠다고 통고했다.

“스티브의 인내력이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그는 더 원대한 아이디어와 컨셉을 원했다.” 크리스티는 지금도 애플의 유저인터페이스팀을 이끌고 있다.

크리스티팀은 밀어서 잠금해제하기, 주소록에서 전화걸기, 터치 기반 음악 플레이어 등 아이폰 기능 다수를 고안했다. 아이폰은 당시 유행하던, 휴대폰 전체를 뒤덮다시피한 키보드를 버렸으며 PC 프로그램과 유사한 소프트웨어를 장착했다.

크리스티는 아이폰 초기 개발 과정을 공개적으로 논한 적이 한번도 없지만, 사측은 2007년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얼마나 혁신적인 제품이었는지를 강조하기 위해 그를 삼성전자와의 새로운 특허침해소송 직전에 내세웠다.

 

그때 이후로 아이폰은 4억7,000대 이상 팔려나갔다. 현재 아이폰은 몸집과 수익 면에서 압도적인 두 스마트폰 제조사 애플과 삼성이 전세계에서 벌이는 법적분쟁의 주제다. 애플은 삼성이 디자인과 소프트웨어를 베꼈다고 주장하며 삼성은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지닌 혁신적인 요소들은 애플에 독점적인 것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 지방법원 소송에서 배심원단은 삼성이 애플 특허를 침해했다며 애플에 9억3,000만 달러를 지불하라고 평결했다. 삼성은 항소한 상태다.

특허전 2라운드는 31일(현지시간) 펼쳐진다. 애플은 삼성이 ‘밀어서 잠금해제’ 기능을 포함해 자사 특허 5개 이상을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밀어서 잠금해제 기능은 크리스티가 개발한 것으로 명기되어 있다. 삼성도 애플이 자사 특허 2개를 침해했다고 맞서고 있다. 이번 2차전에서 나올 손해 배상금 액수는 1차전보다 클 가능성이 높은데, 최근에 출시됐으며 판매량도 더 많은 스마트폰에 적용된 기능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대변인은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Apple
애플이 초기 아이폰 소프트웨어를 시험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 플라스틱 터치스크린 기기인 코드명 ‘왈라비’를 구식 맥 컴퓨터에 연결해 폰 하드웨어 속도를 촉진하려 했다.

크리스티는 1996년 애플에 입사해 스타일러스 펜으로 제어하는 터치스크린을 장착한 개인 정보 단말기(PDA)인, 뉴턴(Newton)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뉴턴은 너무 크고 비싼데다 너무 다루기 힘든 소프트웨어를 탑재하는 등 한마디로 너무 시대를 앞서간 제품이었다. 하지만 주머니 속에 들어가는 강력한 컴퓨팅 기기의 잠재력에 대한 크리스티의 관심은 결코 식지 않았다.

2004년 말, 애플 소프트웨어팀 수석 멤버인 스캇 포스톨이 사무실을 찾았을 때 크리스티는 애플 매킨토시 컴퓨터용 소프트웨어를 작업하고 있었다. 문을 닫은 포스톨은 크리스티에게 코드명 ‘퍼플’이라는 비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은지 물었다. 음악 플레이어가 통합되고 터치 스크린으로 작동하는 휴대폰을 개발하는 일이었다.

 

그즈음 잡스는 애플을 회생시켜 아이팟 등 핵심 제품 개발에 주력하게 했던 터였고, 그렉 조즈위악 애플 아이폰 및 iOS 제품 마케팅 부사장은 휴대폰제조사들이 아이팟을 위협할, 음악 플레이어가 통합된 휴대폰을 만드는지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크리스티팀은 화면을 스크롤하는데 최적의 속도, 바운싱백(화면을 스크롤하다 끝에 다다르면 자동으로 튕겨져 나오는 효과를 주는 기능)의 자연스러운 느낌 등 디테일에 골몰했다. 어떻게 하면 문자 메시지를 개별 메시지가 끝없이 나열된 리스트에서 즉석 메시지와 비슷하게 별도의 진행 중인 대화 묶음으로 바꿀 수 있을까를 처절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크리스티는 자기 팀이 “깜짝 놀랄만큼 적은 인원”으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수개월에 걸쳐 크리스티는 한달에 2번, 애플 본사 2층에 위치한 창문없는 회의실에서 잡스에게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그 방엔 소수의 허용된 직원들만 들어갈 수 있었고 청소원들도 출입금지였다.

마침내 잡스를 만족시킨 다음날 크리스티팀은 애플 이사이자 잡스의 측근인 빌 캠벨 앞에서 다시 한번 프리젠테이션을 해야 했다. 캠벨은 최초의 맥 컴퓨터보다 낫다고 평했다.

며칠 후 잡스는 이번에는 애플 디자인 책임자인 조니 아이브를 상대로 프리젠테이션을 하게 했다. 아이브팀은 아이폰용 유리를 디자인하고 있었다. “그는 우리가 어떻게 소프트웨어를 조작해 신기에 가까운 재주를 부릴지 궁금해했다.”

 

한가지를 설명할 때마다 잡스가 나서서 이야기에 살을 붙였다. “그의 흥분은 끝이 없었다.”

비밀을 유지하라는 요구도 마찬가지였다. 잡스는 집에서 퍼플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가족이 우연히 보게 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집안 후미진 곳에서 작업하라고 주문했다. 폰의 디지털 이미지를 암호화하라고도 지시했다.

2005년 크리스티가 “2년반 동안의 마라톤”이라 부르는 것이 시작됐다. 음성메일 확인하는 법에서 달력 디스플레이하는 법까지 모든 부분을 재고하는 작업도 포함됐다. 잡스는 디테일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2006년 말 아이폰을 공식 소개하기 몇 개월 전, 잡스는 크리스티에게 폰의 ‘커버 플로’ 기능을 선보이기에 최적의 앨범이 무엇인지 물었다. 잡스는 밝고 선명한 색상과 많은 얼굴로 디스플레이를 과시할 수 있으면서도 ‘스티브’스러운 앨범을 원했고, 결국 비틀즈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페퍼상사의 외로운 밴드)’가 낙점됐다.

 

2007년 6월 아이폰이 판매에 돌입하기 전까지 이후 6개월간 크리스티팀은 수정작업을 진행했다. 잡스가 재촉하는 가운데 발신인 정보와 메시지가 각기 다른 쪽에 디스플레이되도록 하는 화면 분할 기능은 없앴다. “스티브는 그렇게 작은 디스플레이 상에서 화면을 분할한다는게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했다.”

크리스티는 아이폰 개발에 전력을 다한 7년에 가까운 시간 속에서 특히 기억나는 한순간이 있다고 말했다. 잡스가 기조연설을 하기 며칠전 크리스티는 두 개의 보안뱃지를 이용해 옆문으로 어두운 강당에 들어갔고, 두꺼운 커텐을 걷었다. 거기에는 프로젝터에서 나온 거대한 아이폰 홈 화면 이미지가 떠 있었다. 바로 그순간에 그는 아이폰이 얼마나 대단한 제품이 될지 깨달았다.

“거대한 공간 속에서 빛을 발하는 아이폰을 보자니 가슴이 벅차오르면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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