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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집에 온 이승엽, "이제 야구만 잘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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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이 대공원역에 이르면 이승엽(40·삼성)이 안내 멘트를 한다. 삼성의 새 야구장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가 있음을 알린다.

야구장 진입도로는 이승엽을 상징하는 '전설로'라는 이름이 붙었다. 삼성과 대구 야구의 역사를 상징하는 이승엽이 대구의 새 야구장을 안내한다.

중앙초-경상중-경북고를 나온 이승엽은 1995년 삼성에 입단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30년 가까이 대구시민야구장에서 뛰었다.

대구구장을 밟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타자로 성장했다. 옛 야구장에서 울고 웃었다. 2002년 LG와의 한국시리즈(KS) 6차전 9회 말 동점 3점 홈런을 친 뒤 환호했고, 첫 KS 우승 뒤 눈물을 터뜨렸다. 2003년에는 아시아 개인 한 시즌 최다홈런(56개)을 쏘아 올렸다. 2012년 KBO리그로 복귀한 후에도 지난 4년간 옛 대구구장에서 활약했다. 이승엽과 삼성의 환희는 대구구장에서 쓰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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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승엽은 정든 옛 구장을 떠나 대구삼성라이온즈 파크를 홈 무대로 사용한다.

이미 2017년 시즌 뒤로 은퇴 시기를 정해놓은 이승엽이다. 그는 새 구장에서 팬들과 더 많은 추억과 기억을 공유하길 원한다.

-새 구장으로 옮긴 소감은.

"정말 행복하다. 이제 완벽한 시설에서 훈련할 수 있으니까. 대구시민야구장은 훈련 시설이 열악했다. 여긴 라커룸도 좋고, 실내 연습장도 훌륭하다. 굉장히 좋다."-대구구장을 떠나면서 아쉬움은 없었나."홀가분하게 왔다. 좋았던 기억도 많았다. 하지만 옛 구장은 워낙 낙후된 터라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힘들었다. 트레이드로 다른 구장을 홈으로 쓰게 됐다면 아쉽고 허무한 기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삼성 소속이니 만큼 기분 좋게 새집으로 이사했다."-옛 대구구장에서 좋은 기억이 많을텐데.

"너무 많다.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 동점 홈런, 2003년 56호 홈런…. 기억에 남는 날이 정말 많아 하나를 꼽기 힘들다. 안 좋았던 기억은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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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새 야구장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고 하는데.

"워낙 낙후된 구장이었으니. 사실 1995년 입단 때부터 '곧 새 구장으로 옮긴다'는 소문을 들어왔다. 그런데 한 해 두 해 미뤄지더니 거의 20년이 지났다. 라커룸에 쥐가 나온 적도 있었다. 그땐 소름끼칠 정도로 힘들었다. 또 경기 전에 연습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라커룸 한 장소에서 먹고, 쉬고, 샤워하고 했다. 한국에서 가장 좋은 야구장에서 1, 2년이라도 뛸 수 있어 기분 좋다."-대공원역 인근에 도착하면 이승엽의 안내 멘트가 나오던데.

"영광스러운 일이다. 처음 요청을 받고선 '이건 의미있는 일이다' 싶었다. 흔쾌히, 무조건 오케이라고 했다. 녹음까지 몇 시간 걸릴 줄 알았는데 1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대구 시민구장에선 '팬에게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도망치듯 빠져나온 때가 많았다"고 했는데

"새 구장은 팬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환경이다. 이전보다 더 많은 소통이 가능하다. 100번 정도 야구장엘 가면 99번은 쫓기듯 나온 것 같다. 팬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나오면 사인 요청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위험하기도 하고. 또 누구는 사인 해드리고 누구는 안 해드릴 수도 없었고. 이제 철조망과 네트가 있으니까 팬 서비스를 잘 해드릴 수 있다. 나도 자녀를 키우는 아버지다. 어린이 팬에게는 적극적으로 다가갈 생각이다. 팬 서비스도 프로답게."이승엽은 이날 오후 4시경 모든 훈련을 마쳤다. 그라운드에선 신예 선수들이 특타 중이었다. 이승엽은 다시 배트를 들고 나와 실내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타격감이 썩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실내 연습장에서 보충 훈련을 했는데.

"새 야구장에 오니 힘이 들어갔나? 이젠 비 맞으며 운동하지 않아도 된다. 더 하고 싶을 땐 실내 연습장에서 하면 되고. 예전에는 경기 마친 후에 따로 훈련할 곳이 없었는다. 이제는 밤 11시고 12시고 야구장에서 훈련할 수 있다. 어차피 지명타자니까 내 타순이 오기 전까지 여기서 연습하고 나가도 될 것 같다."(웃음)-전훈 연습경기에서는 타율 0.550에 11안타 중 8개가 장타던데. 여전히 만족이 안 되나."타격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이유를 알아야 한다. 불안감이 드는 걸 보니 야구가 어렵긴 어려운가 보다. 이제는 '좀 더 재미있게 해야지'하면서도 워낙 성적에 연연할 수 밖에 없는 직업이다. 한 타석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하다. 너무 무거운 짐이 아닌 '종이 한 장'을 들고 길을 건넌다는 마음으로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이걸 이겨내야 한다. 좋은 성적을 내야 자연스레 기분 전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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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야구장 좌우 펜스가 좀 짧은 편인데.

"컨디션이 좋은 날이면 홈런이 잘 나올지도…. 그런데 좌중간, 우중간은 깊더라. 중심에 맞으면 넘긴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새 야구장에서 개인적으로 남기고 싶은 추억이 있다면.

"관중은 분명히 늘어날 것이다. 그런 만큼 더 책임감을 갖고 경기에 임할 것이다. 많은 팬이 야구장을 방문해 격려와 박수를 보내면 선수들은 힘이 난다. 더 많은 승리, 더 좋은 매너로 새 야구장에서 팬을 대할 것이다. 이제 야구만 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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