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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850만부 판매에 평균 연속구독기간 13년‘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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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8년 1월 27일 미국 워싱턴DC의 코스모스클럽에 과학자·탐험가 33명이 모였다. 이들은 이날 인류의 지리지식 향상과 보급을 목표로 내셔널 지오그래픽 협회(National Geographic Society)를 만들었다. 초대 회장은 법률가이자 금융가였던 가디너 허버드. 상용전화를 발명한 그레이엄 벨의 장인이었다. 어떤 협회든 협회가 만들어지면 협회의 활동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협회지(誌)가 필요하다. 같은해 10월 협회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창간호가 나왔다.

◇올해 탄생 125주년…28개국에서 23개 언어로 발행되는 ‘세계인의 교양지’

스포츠·패션지를 제외하고 외국 잡지 중 가장 선호도가 높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이렇게 태어났다. 올해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탄생 125주년. 협회지로 출발한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창간호와 달라진 점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사진 비중을 늘렸고, 다른 하나는 지리 지식만을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자연, 인류, 문화, 역사, 고고학, 생태, 환경, 우주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종합교양지로 자리 잡았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매월 850만부가 나간다. 월간지 발행부수로는 세계 최대다. 인쇄매체 부수가 줄어드는 세계적 추세 속에서 어떻게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850만부가 팔릴까. 독보적인 우수한 콘텐츠를 세계 주요 언어로 번역해 시장에 내놓기 때문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폴란드어, 그리스어, 히브리어, 중국어, 한국어 등 23개 언어로 28개국에서 발행된다. 민족과 종교는 각기 다르지만 세계인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영어뿐 아니라 자국의 언어로 구독하고 있다. 한국어판은 2000년부터 나왔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협회는 1888년 창립 이래 인간이 시도한 탐험의 현장에 있었다. 이 대목은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1909년 4월 6일 로버트 피어리가 인류 최초로 북극점에 도달했다. 당시 아문센과 경쟁을 벌이던 로버트 피어리의 북극점 도전을 후원한 것은 바로 내셔널 지오그래픽 협회였다. 협회는 1922년에는 잉카문명 유적지인 마추픽추 탐사를, 1963년에는 미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 등정을 각각 후원했다. 북대서양에서 침몰한 타이타닉호를 발견했다는 사실을 1985년 가장 먼저 보도한 것도 내셔널 지오그래픽이었다. 이밖에도 내셔널 지오그래픽 협회가 후원하거나 참가한 도전과 발굴 작업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별칭 중 하나는 ‘지구의 일기장’이다. 산, 들, 바다, 정글, 사막, 우주, 극지, 해저 등에서 지난 125년간 지구의 역사를 심층적으로 찍고 기록해왔다는 데서 ‘지구의 일기장’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대한 미국인의 존경과 신뢰는 초·중·고교에서 이 잡지를 학습 보조교재로 사용하는 데서 잘 드러난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세계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들에겐 꿈의 무대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사진이 한 장 실린다는 것은 곧 다큐멘터리 혹은 생태 사진 분야에서 실력자로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다. 사진작가들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사진을 싣기 위해 때로는 목숨을 걸기도 한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뛰어난 사진작가와 작가들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소속 기자들뿐만 아니라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들의 원고를 최고의 가격에 구매해 잡지를 만든 최초의 잡지라는 평가를 받는다.

1996년 러시아 캄차카반도에서 사진 촬영 중 갈색곰에 물려서 세상을 떠난 미치오 호시노. 일본의 사진작가인 호시노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알래스카 특집기사가 자신을 생태사진가로 키웠다”고 말했다.

◇콘텐츠로만 승부…초·중·고교의 학습 보조교재로도 활용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경이로운 사진과 그 사진을 찍는 과정에 얽힌 촬영기(記).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다. 생태사진가로 유명한 프란스 랜팅의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랜팅은 고공비행만을 하는 새인 금강앵무를 찍기 위해 남미의 정글 한가운데 고층아파트 높이의 망루를 짓고 그 위에서 날밤을 세웠다. 독자들은 수십m 높이의 망루까지 카메라 장비를 가지고 올라간 노력과 숙식을 그 위에서 해결한 랜팅의 헌신에 박수를 보내며 잡지를 읽는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2003년 7월호에 DMZ 특집을 26개 면에 걸쳐 다뤘다. 한국일보 사진기자 출신 다큐멘터리 작가 박종우씨의 사진이 실리기도 했다. 에드워드 김으로 더 잘 알려진 김희중씨가 젊은 날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사진 에디터를 하기도 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1969년 3월호는 ‘아시아의 성공, 한국’이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한국의 모든 것을 45쪽에 걸쳐 다루기도 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관심 중에는 사라진 동물의 흔적을 추적하는 것도 있다. 대표적인 게 공룡 화석 발굴이다. 1993년 1월 미국의 고생물학자 폴 세레노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공룡 화석을 아프리카에서 발견했다. 이 탐사연구를 협회가 후원했고 사진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특집으로 실렸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처음부터 사진을 중시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보통의 협회지처럼 학술적 기사를 중심으로 편집해 딱딱하고 재미가 없었다. 길버트 그로브너가 정식 협회장 겸 편집장을 맡고부터 달라졌다. 그레이엄 벨의 사위인 그로브너는 텍스트 중심에서 사진 중심의 편집으로 바꿨다. 광학(光學)의 발달이 사진 중심 편집을 가능하게 했다. 1930년대 들어서는 기동성이 좋은 35㎜ 카메라가 등장하면서 사진이 더욱 풍부해졌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오로지 콘텐츠로 승부하는 잡지다. 디자인 면에서 거의 변화가 없다.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게 지리학회 로고를 딴 노란색 표지의 판형이다. 레이아웃도 변화가 거의 없다. 그러니 헌책방에서 만나는 20년 된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나 최신호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나 겉표지만 봐서는 큰 차이를 발견하기 힘들다.

잡지의 진정한 생명력은 독자가 읽고 난 잡지를 얼마나 소장하고 싶은가에 달려 있다. 어떤 잡지든 한 번은 주변의 권유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잡지를 계속 구독한다는 것은 콘텐츠를 두고두고 소장하고 싶다는 마음이 동해야 한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소장 가치가 가장 높은 잡지로 정평이 나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영문판의 경우 재구독률이 80%에 이른다. 한번 구독하면 연속 구독기간이 평균 13년이다.

잡지 보존율은 자그마치 92%에 달한다. 보통 이사를 갈 때 가장 많이 버리는 게 책이고, 그중 잡지 과월호가 다수를 차지한다. 하지만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과월호라고 해도 버리는 경우가 드물다. 독자들이 그만큼 이 잡지의 소장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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