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로는 야구에 인생을 바쳤다”.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맏형 추신수(37·텍사스 레인저스)가 지난달 현역 은퇴한 스즈키 이치로(46)에게 존경심을 나타냈다.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간) 일본 야구전문매체 ‘풀카운트’와 인터뷰에서 이치로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같은 아시아 출신 타자로서 오랜 기간 함께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동질감이 있다.
두 선수의 인연은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시작됐다. 추신수가 부산고 3학년 시절이었던 지난 2000년 시애틀과 계약하며 미국으로 건너갔고, 이듬해 이치로가 일본프로야구 포스팅으로 시애틀에 입단했다. 이치로가 2001년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부터 슈퍼스타로 자리 잡은 반면 추신수는 마이너리그에서 숙련 기간을 거쳤다.
추신수는 2005년 메이저리그 데뷔 후 2006년 시즌 중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 트레이드됐다. 시애틀에선 고작 14경기를 뛰었고, 이치로와 함께한 기간은 짧았다. 추신수는 “이치로와 함께 뛴 것이 얼마 안 된다. 이야기를 주고받은 적도 없는 것 같다. 그는 이미 슈퍼스타였다”고 돌아봤다.
추신수는 클리블랜드 이적 후 풀타임 빅리거로 성장했다. 추신수가 경력을 쌓은 뒤 적으로 만난 이치로와 오히려 대화 나눌 기회가 늘었다. 그럴수록 이치로에 대한 존경심이 늘었다는 추신수는 지난해 5월 시애틀 회장 특별보좌로 사실상 은퇴 상태였던 지난해 이치로의 모습이 더 인상 깊었다고 밝혔다.
추신수는 “선수 로스터에 벗어나 프런트 오피스에 들어갔는데도 여전히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에 정말 놀랐다. 같은 선수로서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준비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아마 올해 도쿄 개막전 출전을 목표로 연습했을 것이다. 그래도 똑같이 준비를 한다는 건 다른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그는 특별하다”고 경의를 표했다.
이어 추신수는 “이치로는 말 그대로 야구에 인생을 바쳤다고 생각한다. 생활의 중심에 야구가 있고, 무엇보다 야구가 우선이다. 야구를 사랑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고 불평하지 않으면서 지탱해준 가족의 존재도 큰 것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추신수는 “나도 야구를 제일 좋아하고 사랑한다. 동시에 언제 야구를 그만둬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내게 있어 삶의 중심은 가족이지, 야구가 아니다. 아내와 아이들이 나를 필요로 할 때 야구를 그만두고 가족과 보내는 선택을 할 것이다. 내 사고방식은 조금 미국화됐을지 모르지만 야구에 모든 것을 바쳐온 이치로의 삶은 흉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추신수는 “야구사에 이름을 새긴 레전드와 거의 같은 시기에 태평양을 건너 같은 시기에 싸울 수 있었던 것은 큰 재산이 된다”며 웃어보였다. 같은 아시아 선수로서 이치로를 향한 존경과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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