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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장 70% 장악… '드론계의 스티브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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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먹고 자며 매주 80시간 일에 몰두… 9년만에 100억달러짜리 회사로
사무실 문 앞에 '머리만 출입, 가슴은 빼고' 괴팍한 완벽주의자

IT 업계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첫 번째 중국 기업? 중국의 드론(무인비행체) 생산 기업 DJI에 해당하는 얘기다. 2006년 출범한 이 회사는 세계 민간용 드론 시장의 70%를 차지한다. 후발 주자로 성공한 샤오미·알리바바와 달리 DJI는 명실상부하게 민간 드론 업계를 견인하는 1위 회사다.

DJI의 성공 스토리를 쓰는 주인공은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왕타오(王濤·35)다. 그는 '세계 최초의 드론 억만장자'로 불린다. 서방이 평가하는 DJI의 기업 가치는 약 100억달러(약 11조2000억원). 왕타오는 이 회사 지분의 45%를 갖고 있다.

26세 창업…세계 민간 드론 시장 점유율 70%

중국 광둥성 선전(深圳) 본사에 있는 왕타오 회장의 사무실 입구에는 '머리만 들어갈 것, 감정은 빼고'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사무실 책상 옆엔 간이침대가 있다. 그는 매주 80시간씩 이곳에서 먹고 자며 일한다.

저장성 항저우에서 교사인 어머니와 엔지니어 아버지 밑에서 자란 그는 지방 사범대학에 입학했다가 자퇴한 뒤 홍콩과학기술대(HKUST)에 입학해 전자공학을 공부했다. 4학년 때 조(組)별 과제로 '헬기 제어 시스템'을 설계하며 창업을 준비했다.

세계 최대 민간 드론 생산 기업인 DJI의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왕타오가 자사 히트 상품인 ‘팬텀’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세계 최대 민간 드론 생산 기업인 DJI의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왕타오가 자사 히트 상품인 ‘팬텀’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포브스

소형 무인헬기 제작에 성공한 그는 26세이던 2006년, 대학원생 신분으로 동기생 2명과 함께 선전에서 일반 주택을 빌려 DJI를 차렸다. 왕타오는 "창업 당시엔 직원 20명 규모의 중소기업을 만들어 내가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소형 무인헬기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고 말했다. 그의 대학원 교수였던 리저샹(李澤湘)이 DJI에 200만위안(약 3억 6000만원)을 지원해 첫 투자자가 됐다. 그는 왕타오에 대해 "똑똑하진 않아도 사업엔 성공할 것"이라고 했다.

DJI의 최대 무기는 자체 기술력이다. 초기엔 소형 헬기에 카메라를 연결하는 기구인 '짐벌'을 생산했다. 2008년부터는 프로펠러 4개가 달린 드론을 출시했다. 미국에서 영화 전문 프로덕션을 운영하던 콜린 귄과 제휴해 드론에 카메라를 안정적으로 탑재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2013년 DJI는 카메라가 달린 드론인 '팬텀(Phantom)'을 내놓아 대박을 터뜨렸다. '팬텀'은 부품 조립 없이 상자에서 꺼내 그대로 날릴 수 있는 드론이다. 극소수 마니아들 사이에서만 유행하던 드론을 순식간에 대중화시켰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팬텀이 드론 분야에서 자동차 대중화의 효시인 포드의 '모델 T' 같은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DJI의 매출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3~4배씩 성장했고 올해는 10억달러(약 1조원)를 예상한다.

괴팍한 완벽주의자…스티브 잡스와 닮아

DJI가 지난 27일 공개한 농업용 드론 ‘애그리 MG-1’. 농경지(農耕地)에 농약이나 씨앗을 뿌리는 데 사용되는 드론이다.
DJI가 지난 27일 공개한 농업용 드론 ‘애그리 MG-1’. 농경지(農耕地)에 농약이나 씨앗을 뿌리는 데 사용되는 드론이다. /DJI

하지만 왕타오는 이 과정에서 동료들을 잃었다. 공동 창업자였던 다른 두 명은 완벽주의에 집착하는 그를 견디지 못해 창업 2년 만에 회사를 나갔다. 이후 10명 남짓한 초기 창업 멤버들까지 "왕타오가 일만 많이 시키고 회사 지분은 나눠주지 않는다"며 모두 퇴사했다.

왕타오는 미국 '포브스'지(誌) 와의 인터뷰에서 "드론 업체는 새 모델 생산에 5~6년이 걸리지만 우리는 5~6개월이면 충분하다"며 "중국인들조차 외제가 중국산보다 낫다고 중국 제품은 2류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걸 바꾸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왕타오는 지난 27일 1만5000달러(약 1726만원)짜리 농업용 드론 '애그리 MG-1'을 내놓으며 사업 확장에 나섰다. 시간당 4만㎡의 농경지에 각종 농작물 씨앗을 뿌릴 수 있는 이 제품은 중국과 한국에 1차 출시한 뒤 미국 유럽에도 판매될 예정이다. 국제 무인기(無人機)협회 는 "드론의 가장 큰 잠재적 시장은 농업 부문"이라며 "농업용 드론이 앞으로 상업용 드론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 7월 DJI에 7500만달러를 투자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털인 액셀파트너스는 "DJI가 '넥스트(next)' 애플이 될 수 있다"며 "왕타오가 DJI에서 스티브 잡스와 같은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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