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부王들…

NFL 前 구단주가 1위 차지, 2위는 정신질환 연구에 쾌척… 과학분야 기부액 역대 최대
상위 10명 기부액 3조원… 한국 年개인 기부금의 절반

1988년 대학생 조너선 스탠리는 자신이 정부 요원의 미행을 당한다는 망상에 빠졌다. 이 때문에 학교도 그만뒀다. 사흘 밤낮을 뉴욕의 지하철 터널과 거리를 쫓기듯 질주했고, 식료품점에선 자신의 옷을 벗어 던졌다. 경찰에게 붙잡혀 병원으로 옮겨진 조너선 스탠리에게 조울증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그는 2년 동안 집중 치료를 받고 완치돼 대학으로 돌아갔고, 졸업 후 변호사가 됐다.

조너선 스탠리의 아버지 테드 스탠리는 아들이 치유된 이후에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들은 효과가 뛰어난 약 덕택에 다행히 회복됐지만, 조울증을 앓은 아들을 통해 다른 정신 질환 환자들의 고통을 가까이 느끼게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약사들이 수익성 때문에 정신 질환 신약 연구를 줄줄이 포기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최근에 큰 결심을 하게 됐다. 수집품 제작판매업체 MBI를 창업해 억만장자가 된 테드 스탠리(83)는 지난해 7월 생체의학 연구센터에 정신 질환 연구에 써달라며 6억5000만달러(약 7100억원)를 기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수십년 동안 많은 연구가 진행됐지만 정신 질환의 원인과 신약 개발에 있어서 획기적 성과는 최근 25년 동안 거의 없었다"며 "스탠리의 기부는 과학 연구 분야의 개인 기부로는 역대 최고액"이라고 전했다.

이 돈은 지난해 미국에서의 개인 기부액으로는 둘째로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스탠리는 "삶이 회복된 아들처럼 정신 질환을 가진 다른 사람들에게도 행복한 결말을 선사하고 싶어 기부를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1일(현지 시각) 미국의 사회기부 전문지 '크로니클 오브 필랜스로피'의 집계 결과를 인용해 "2014년 미국의 개인 기부자 상위 10명의 기부액이 33억달러(약 3조64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33억달러는 한국의 연간 개인 기부금 총액(약 7조원)의 절반에 달한다.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많은 재산을 내놓은 '기부 천사'로는 지난해 3월 세상을 떠나면서 "버펄로와 디트로이트의 빈민을 위해 써달라"며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상당의 자산을 기부한 랠프 윌슨 주니어(95) 미국프로풋볼(NFL) 버펄로 빌스 전(前) 구단주가 꼽혔다.

아웃도어용 카메라 고프로(GoPro)를 개발해 성공한 니컬러스 우드먼(39) 고프로 창업자는 교육·이민 분야에 써달라며 실리콘밸리 공동체 재단에 5억달러(약 5500억원)를 기부, 작년 개인 기부자 순위 3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미국은 기업인이 자기 재산을 내놓는 개인 기부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기부금 용도를 특정해 해당 분야의 발전을 위해 쓰이도록 하는 경우가 많은 게 특징으로 꼽힌다. CNN은 "평생 모은 재산을 쾌척하는 80~90대 노인과, 첨단기술로 억만장자가 된 30대 청년이 두루 고액 기부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