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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 왜 빈 라덴 탓하나?… 20년 넘은 원수지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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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의 통치철학에 이슬람 근본주의자들 반발
리비아 반정부 인사들, 알카에다가 수용해 훈련… 수차례 카다피 암살 시도
카다피는 對테러전 지원

반정부 시위로 축출 위기에 몰린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요즘 기회 있을 때마다 알카에다의 오사마 빈 라덴을 비난하고 있다. 빈 라덴이 리비아 젊은이들을 사주해 최근의 반정부 시위를 배후 조종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구인들에게 카다피는 한때 '중동의 미친개'라 불릴 정도로 끔찍한 테러범이었다. 빈 라덴 못지않게 악명이 높았다. 카다피는 도대체 빈 라덴과 무슨 원수를 졌기에 리비아 문제를 다 빈 라덴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일까.

1970년대부터 시작된 악연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온라인 시사지 슬레이트는 28일 카다피는 진심으로 빈 라덴을 증오한다고 분석했다. 카다피가 단순히 정부의 잔혹한 시위 진압을 정당화하기 위해 빈 라덴과 알카에다가 배후에 있다고 둘러대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오랜 원한 때문에 공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 원수(사진 왼쪽), 오사마 빈 라덴. /AP

카다피와 빈 라덴이 대립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알카에다가 리비아의 반(反)카다피 무장단체를 지원해왔기 때문이다. 악연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슬람·사회주의·범아랍주의를 뒤섞은 카다피의 통치철학은 당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반발을 샀다. 카다피가 자신의 압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종교를 곡해했다고 본 것이다.

정치적 반발을 용납지 않던 카다피는 이슬람 근본주의와 지하드(성전·聖戰) 운동을 철저히 탄압했다. 이때 수많은 리비아 종교인과 반정부 인사들이 탄압을 피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했고 여기서 빈 라덴을 만났다. 이들 중 다수가 사상교육과 무장훈련을 받고 1988년에 만들어진 알카에다에 가입했다. 요즘도 빈 라덴을 돕는 알카에다 간부 중엔 리비아 출신이 여러 명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비아 출신 알카에다, 카다피 암살 시도하기도

빈 라덴에 영향을 받은 리비아 근본주의자들은 1995년 알카에다 산하에 리비아 이슬람투쟁그룹(LIFG)을 창설했다. LIFG는 1996~1998년 사이 수차례 카다피 암살을 시도하며 이슬람 율법에 기초한 신정국가 건설을 목표로 투쟁했다. 예민해진 카다피는 1996년 수감 중인 지하드 운동가 1000여명을 학살하기도 했다. LIFG를 지원하는 빈 라덴과 알카에다는 카다피에게 증오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알카에다가 주도한 2001년 9·11테러 이후 카다피가 미국의 대(對)테러전쟁에 협조하고 나선 배경도 이 같은 '원한관계'와 관련이 있다는 게 슬레이트의 분석이다. 이미 알카에다와 싸워본 카다피의 경험과 정보는 미국에 큰 도움이 됐다. 이라크 전쟁 때도 카다피는 사실상 미국을 도왔다. 사담 후세인 당시 이라크 대통령을 지원하기 위해 등장한 해외 용병의 20% 가까이가 알카에다에 동조하는 리비아 출신이었는데, 리비아 정보국이 미군에 관련 정보를 제공한 것이다.

알카에다 "카다피는 악질 사기꾼"

알카에다도 카다피와의 전쟁을 공개선언했다. 알카에다 북아프리카지부(AQIM)는 지난달 24일 "악질 사기꾼 카다피에 맞선 리비아인들을 전폭 후원하겠다"며 반카다피 시위대의 편에 서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카다피가 오래 버텨 혼란이 가중될수록 알카에다가 리비아 문제에 개입할 여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알카에다가 리비아를 제2의 아프가니스탄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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