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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삼성그룹의 ‘미운 오리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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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삼성이 잘나가는 이유는 삼성전자 덕분이다. 하지만 계열사 중에는 그렇지 않은 곳도 적지 않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의 미운 오리새끼’ 계열사로 몇 곳을 꼽는다. 올해 삼성엔지니어링의 실적은 충격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까지는 흑자를 냈으나 올 들어 적자로 전환했다. 3분기 연속 영업이익에서 적자를 냈는데 총 규모가 무려 1조원이 넘는다. 영업이익 기준으로 3분기에만 7468억원의 적자를 냈다.

회사 측은 3분기에 대규모 적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UAE 타크리어 CBDC(카본블랙 & 딜레이트 코커) 정유 프로젝트’의 기자재 및 공사물량 증가 △‘사우디 샤이바 가스 프로젝트’ 등의 돌관공사 및 수정작업 발생으로 인한 공사비 증가 △‘사우디 마덴 알루미늄 프로젝트’ 등 종료 예정된 프로젝트들의 공기(工期) 지연 등의 원인으로 추가 원가가 증가하며 대규모 손익 차질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조윤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향후 1~2년은 관리를 통한 수익성 향상을 추구할 것으로 보여 신규 수주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기도 실적이 부진하다. 이 회사는 적자는 아니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어들었다. 삼성전기는 3분기 매출 2조1000억원, 영업이익 164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 11% 하락한 수준이다. 전 분기 대비로도 매출은 11%, 영업이익은 26%나 감소한 수치다.

삼성전기는 지난해부터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관련 효과를 톡톡히 봐 왔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3·갤럭시노트2·갤럭시S4 등 스마트폰에 카메라 모듈, HDI, MLCC 부문 주요제품을 공급하면서 성장을 함께 해왔다. 3분기에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의 호조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삼성전자 스마트폰 성장=삼성전기 성장’ 등식이 깨졌다는 점에서 이번 실적은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삼성전기의 실적 부진에는 삼성전자의 재고 조정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신제품 판매보다는 구형 제품의 물량 떨어내기에 나서면서 삼성전기의 3분기 납품량 역시 크게 줄었다는 얘기다.

삼성전기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과도하게 높은 삼성전자 매출 의존도를 보이고 있는 상태에서 스마트폰 정체에 따른 신제품 효과가 사라졌다. 상반기 기준 삼성전기 매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몫은 70% 이상이다.

삼성SDI도 신통찮은 성적표를 내놨다. 이 회사는 3분기에 매출 1조2966억원, 영업이익 29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2%대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13.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66.3%나 줄어들었다. 전분기와 비교해도 각각 0.8%, 9.6% 감소했다.

삼성SDI의 사업부문은 크게 나눠 3개다. 3분기 기준으로 소형전지 64.5%, PDP 30.1%, 자동차전지와 대용량 에너지저장시스템(ESS) 5.4%의 비중을 갖고 있다. 가장 비중이 높은 소형전지는 스마트폰 시장 경쟁 심화의 영향을 바로 받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발표한 리포트에서 “3분기 삼성전자가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시장 지배력을 늘리기 위해 스마트폰 가격을 대폭 인하했다”면서 “이곳에 들어가는 2차전지 가격도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주력 부문이 부진하면 신성장동력이라도 잘 커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다. ESS 부문은 괜찮지만 자동차전지 부문이 문제다. 삼성SDI는 2008년에 보쉬와 50 대 50 지분으로 설립한 자동차전지업체 SB리모티브를 올해 초 흡수합병했다. SB리모티브는 설립 후 연간 수백억~수천억원대의 영업적자를 냈는데 삼성SDI는 흡수합병 후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PDP 부문은 사양산업이라서 기대할 바가 못 된다.

삼성중공업도 실적이 안 좋다. 삼성중공업은 매출이 11.9%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36.7%나 줄었다. 하나대투증권은 지난 10월 28일 삼성중공업에 대해 “3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했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5만6000원에서 5만1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 증권사 이상우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3분기 매출 3조5757억원, 영업이익은 2058억원을 기록, 시장 평균 추정치인 매출 3조7128억원, 영업이익 2637억원을 모두 밑돌았다”며 “특히 이번 3분기 영업이익률은 5.8%에 그치면서 지난 2년간 최저이익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 삼성토탈, 삼성석유화학,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삼성종합화학 등 5개의 화학 계열사 매출 다 합쳐도 LG화학의 절반 못미쳐

삼성은 전통적으로 화학 계열의 실적이 돋보이지 않는 편이다. 삼성은 계열사가 자기 분야에서 1등 업체가 많지만 화학은 LG그룹의 LG화학에 1위 자리를 내주고 있다. 현재 삼성그룹은 삼성토탈, 삼성석유화학,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삼성종합화학 등 5개의 화학 계열사를 갖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이들 5개사를 다 합쳐도 매출은 LG화학의 절반이 안 되고 영업이익은 5분의 1이 안 된다. 삼성정밀화학의 경우 3분기 매출 3247억원에 영업이익 18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 매출(-6.8%)과 영업이익(-79.1%) 모두 크게 줄었다. 유럽 건축 시장 침체로 건축용 첨가제인 메셀로스의 현지 판매가 줄어든 것이 주된 원인으로 지적된다. 메셀로스는 시멘트, 석고 등을 이용한 건축재료에 보습, 윤활 기능을 하는 고기능 첨가제다.

반면 LG화학의 실적은 훨씬 양호하다. LG화학은 3분기 매출액 5조8651억원, 영업이익 5162억원, 당기순이익 3523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그중 전지 및 정보전자소재 부문은 3분기 매출 7075억원, 영업이익 343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매출은 14.4%, 영업이익은 111.7% 증가했다. LG화학 측은 “전지 부문은 IT제품 슬림화에 맞춘 폴리머전지 증설 효과 및 전동공구 등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 다변화 등으로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2배 이상 개선됐다”고 밝혔다.

수뇌부 행보에서도 삼성의 화학계열사에 대한 고민이 읽힌다. 삼성그룹의 2인자인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은 지난 9월 6일 울산지역 석유화학 계열사 사업장을 방문했다. 최 실장은 이날 일찍 울산행 비행기를 타고 내려가 삼성정밀화학 사업장을 2시간가량 들른 뒤 삼성석유화학, 삼성BP화학을 잇따라 찾았다. 최 실장은 시황 부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학 계열사들을 찾아 사업 현황을 보고받고 실적 개선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계열사들의 상황을 일별하면 몇 가지 문제점이 눈에 띈다. 삼성 홈페이지는 크게 전자·금융·중화학·독립 계열의 4부문으로 나뉜다. 전자와 중화학이 상대적으로 수출 비중이 높다면 금융과 독립 계열은 국내 시장의 비중이 큰 편이다. 독립 계열에는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등 건설 계통의 회사들과 신생 바이오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제일모직, 삼성에버랜드, 호텔신라, 제일기획, 에스원, 삼성의료원, 삼성경제연구소 등이 포함돼 있다.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비중이 너무 크고 삼성전자도 사업 부문별로 격차가 크다는 것은 기사로 많이 보도됐기 때문에 여기서는 언급을 생략한다. 문제는 단순히 삼성전자의 비중이 큰 것에 그치지 않고 전자 계열사들의 삼성전자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점이다.

전자 계열사는 삼성전자 외에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코닝정밀소재, 삼성SDS, 삼성디스플레이 등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등 부품소재도 만들지만 휴대폰, TV 등 소비재를 만드는 종합전자회사의 성격이 강하고 삼성전자를 제외한 전자 계열사는 삼성전자에 부품소재를 공급하는 기능이 강하다.

문제는 이렇게 수직계열화돼 있다 보니 삼성전자의 실적에 이들 계열사의 실적이 좌우된다는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실적을 보자. 삼성전자는 10월 25일 전자공시를 통해 지난 3분기 매출 59조800억원, 영업이익 10조16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어느 정도 시장 기대치에 부합했으나 매출은 당초 6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주간조선] 잘 나가는 삼성그룹의 ‘미운 오리새끼’들 신세 알고 보니…
이는 CE(가전) 부문의 주력 제품인 TV가 비수기에 접어들었고 전반적인 시장 규모가 축소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10월 25일 발표된 삼성전자 3분기 실적에서 CE 부문은 글로벌 경기불황과 계절성 제품인 에어컨의 성수기 종료 영향, 신흥시장 환율 절하 등의 요인으로 전분기와 전년동기 대비 실적이 줄어들었다. 전분기 대비 매출은 6%, 영업이익은 18% 감소했다.

전년동기 대비도 각각 1.4%, 12.5% 줄어들었다. 다행히 10월 30일 삼성전자가 3분기 북미 평판TV 시장에서 역대 최고의 실적으로 1위를 기록했다는 낭보가 날아들었으나 이것으로 분위기 반전이 될지는 두고봐야 한다. 올해 삼성전자는 5500만대 규모의 평판TV 판매를 계획했으나 현 시장 상황으로는 목표 달성이 불투명하다.

삼성전자의 TV사업 부진은 계열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3분기 매출이 4.3%, 영업이익은 86.4% 감소했다. TV뿐이 아니다. 스마트폰은 아직까지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데도 오히려 전자계열사들은 실적부진의 늪에 빠져 있어 충격적이다. 모기업 격인 삼성전자의 실적이 조금이라도 나빠지면 전자계열사들이 받을 타격은 가히 짐작이 될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삼성전기, 삼성SDI 등 전자 계열사들도 매출의 40% 안팎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갤럭시 시리즈 생산 시 주로 부품소재를 납품하는 다른 협력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삼성의 장점이었던 수직계열화 전략이 이제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갤럭시S 개발을 예로 들면 삼성은 애플의 아이폰 대항마로 낙점한 갤럭시S를 개발할 때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주요 관련 계열사들의 에이스들을 대거 투입해 태스크포스팀을 결성, 단기간에 갤럭시S를 개발하는 개가를 올렸다. 삼성전자는 부품소재 공급의 주역을 이들 계열사에 맡겼다.

◇ 삼성전자라는 든든한 거래처가 있는 것이 계열사에는 독이 되고 있어... 왜?

계열사 인력을 모아 각종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장단점이 있다. 지금까지 삼성은 이런 방식을 시너지 효과가 뛰어난 방식이라고 외부에 자랑해 왔다. 계열사에 부품소재 개발을 맡기면 부품공급이 안정적이고 기업비밀이 외부에 새나가지 않는 등의 장점이 있다. 소비재를 생산하는 모기업의 규모가 작을 때는 별 문제가 안 된다.

그러나 모기업의 덩치가 급속히 커지면 부작용이 대두된다. 그중 하나가 계열사가 모기업에 종속된다는 점이다. 계열사끼리 내부거래의 성격을 띠는 거래가 어느 정도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거래의 비중이 주(主)가 되면 곤란하다. 최근 수년간 삼성전자의 덩치가 급속히 커지면서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계열사들의 거래 규모도 덩달아 커졌다.

삼성전자라는 든든한 거래처가 있는 것이 계열사에는 독이 되고 있다. 다소 안정적인 거래처가 있는 것은 기업에 도움이 되지만 너무 안정적인 거래처는 사람을 나태하게 만든다. 삼성 계열사들은 삼성전자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오히려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세계적인 부품소재 기업이 아직 삼성그룹에 출현하지 않는 것은 이런 지적이 옳음을 방증하고 있다.

그룹 수뇌부들이 삼성전자 수준으로 혁신을 요구하는 것도 문제다. 현실적으로 삼성전자와 나머지 계열사들 간의 격차가 너무 벌어져버렸다.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수뇌부들은 기회만 있으면 위기론을 강조하고 분발을 촉구한다.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들은 이럴 때마다 실적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개중에는 무리수를 두는 경우도 생긴다.

삼성엔지니어링이 대표적 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수년 전부터 외형 확대로 노선을 바꾸고 전력 투구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삼성엔지니어링이 그전 같으면 쳐다도 안 볼 저가수주도 서슴지 않았다”고 말했다.

덕분에 매출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수익성 악화와 관리감독 부실이라는 후폭풍이 생겼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미국 다우케미컬 염소 생산 설비 프로젝트와 사우디아라비아 마덴 알루미늄 공장 공사 등 여러 곳에서 대규모 손실을 봤다. 여기에 사고까지 겹쳤다. 3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친 울산 삼성정밀화학 물탱크 사고에서 원청업체는 삼성엔지니어링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을 비롯한 업계에 불공정거래가 있다며 경고와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무리한 수주를 하지 않는 삼성의 시스템이 와해됐을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대목이다.

인적 자원의 치우침도 심각한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보니 삼성 입사를 꿈꾸는 지원자들의 대부분은 삼성전자행을 꿈꾼다. 급여 등 처우도 차이가 많이 난다. 삼성을 바라보는 외부인들도 삼성전자를 염두에 두고 삼성 계열사들을 평가한다.

삼성전자가 아닌 계열사 직원들은 “삼성 다녀서 좋겠다”는 사람들의 말에 “삼성이라고 다 같은 삼성이 아닌데요”라는 말을 심드렁하게 내뱉곤 한다. 삼성전자(電子)를 두고 “삼성에는 삼성전자(前者)와 후자(後者)가 있다”는 썰렁한 개그가 나도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런 현상은 삼성의 잠재적 위기를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다. 미래학자 최윤식 한국뉴욕주립대 미래연구원장은 “삼성의 위기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하는 수직계열화의 효용이 끝났을 때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삼성이 당면한 최대 과제인 신성장동력 육성도 계열사 활성화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대표이사는 “삼성전자가 너무 거대해져서 혁신을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많다”며 “다른 계열사를 연쇄적으로 활성화시켜 삼성그룹 내부에 끊임없이 혁신의 기운이 감돌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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