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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일론 머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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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도 아니고, 일론 머스크(Elon Musk·44·사진)의 이름이 친숙한 한국 독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강렬한 향기가 나는 사향(musk)을 연상시키는 이 독특한 이름은, 그를 싫어하는 경쟁자들에게도 놀림의 대상이다. '우주 카우보이'라는 비아냥과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미래에 도착한 남자'라는 격찬을 동시에 듣고 있는 사나이,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영감을 줬던 '화려하고 위태로운 아이언맨', 이제는 태양에너지 산업(솔라 시티)과 전기 자동차 산업(테슬라) 및 로켓 산업(스페이스 엑스)을 동시에 운영하며 비즈니스의 통일장 이론을 완성했다는 격찬을 들은 혁신적 CEO.

이 책은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애슐리 반스가 쓴 '일론 머스크 전기'다. 말 많고 탈 많은 기업가이자 셀러브러티(celebrity)인 머스크에 대한 글은 수도 없지만, 머스크가 동의하고 머스크를 인터뷰해서 나온 공식 전기(傳記)는 처음이라는 게 반스의 자부(自負)다. 그러면서도 일방적 예찬과 찬양이 아니라, 흠과 티 많은 그의 인간성 고발에도 인색하지 않은 균형을 갖췄다는 점이 미덕이다. "머스크에게 직원은 탄알, 특정 목표를 이루려고 기진맥진해질 때까지 써먹다가 가차 없이 버린다" 등의 내부 고발을 듣고 있으면, 그의 밑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은 흔적도 남지 않고 사라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인간적 하자(瑕疵)를 탓하려면 친구나 배우자, 가족끼리나 잘해보라는 공격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그게 실제로 머스크의 세계관이다. 일론 머스크는 물론, 그의 주변인물 300명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쓴 이 전기는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나요"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남아공에서 태어나 또래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지만 컴퓨터에는 미쳐 있었던 아이, 가정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를 두었던 불우한 소년은 캐나다를 거쳐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등을 졸업한 뒤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이 사내의 삶에서 가장 놀라운 대목은, 소년 시절에는 칭찬받지만 어른이 되고나서도 고집하면 미치광이 취급을 받는 꿈과 야망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 실현시킨 실천력에 있다. 또 쓰고 싶은 대로 쓰고도 돈이 남을 만큼 성공을 거둔 뒤에도, 그 불확실한 꿈을 계속 놓지 않은 집요함에 있다. 세상을 오염시키는 휘발유를 한 방울도 쓰지 않고 굴러가는 자동차를 만들겠다, 지구 멸망에 대비해 화성에 인류를 이주시키겠다는 소년의 꿈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가 세운 전기차 회사 테슬라 모터스는 장난감 취급받던 전기차를 고급차로 변신시켰고, 그가 공동 창업한 솔라시티는 파격적인 대여료로 미국 주택의 지붕을 태양광패널로 바꿔놓고 있다.


	일론 머스크.
/Getty Images

	테슬라의 SUV 모델 X.
테슬라의 SUV 모델 X.
돈벌이가 아니라 누구도 생각해 낼 수 없었던 원대한 꿈을 찾아가는 일. TED의 기획자인 크리스 앤더슨은 "일론 머스크의 유산은 그가 창출하는 부가 아니라, 그가 제시하는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가는 비전에 있다"고 적었다. 이 문장의 방점은 '비전'에 있다. 수백억달러 자산가가 된 지금도 열정과 성실을 내려놓고 있지 않다는 점. 머스크의 직원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하루에 20시간 일한다. 그런데 머스크는 23시간 일한다." 그는 절대로 CEO자리를 빼앗기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투자자가 이 자리를 맡으면 그때부터 모험보다는 안전을 선택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동안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가 유전자 공학을 이용해서라도 후계자를 만들어내기를 바랐다. 빌 게이츠 밑에서 선임 소프트웨어 연구원으로 일했던 천재 에드워드 정은 이런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다.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일론의 유전자 지도를 조사해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머스크는 스티브 잡스도, 빌 게이츠도 아니다. 우리가 전기를 읽는 것은 단순히 한 영웅의 무용담을 간접 경험하기 위해서일 리가 없다. 누구를 모방하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꿈과 비전을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것. 전기 '일론 머스크'의 교훈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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