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방미 연설문, 미국 ‘로비업체’가 초안

주미 한국대사관서 의뢰… 작성 비용 총 4만6500달러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 방문 때 의회와 상공회의소 등에서 행한 연설 작성에는 미 법무부의 '외국로비공개법'에 의해 등록된 워싱턴 DC의 업체가 관여한 것으로 6일 드러났다. 정부는 이를 위해 해당 업체에 4만6500달러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공개된 미 법무부의 외국로비공개법 자료에서 주미 한국대사관은 유명인사 연설문 작성 전문회사인 '웨스트 윙 라이터스'에 의뢰해 이 대통령의 연설문 초안을 잡고 수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웨스트 윙 라이터스는 지난달 19일 주미 한국대사관과의 계약서를 외국로비공개법에 따라 신고했다.

계약서는 상공회의소 연설문 작성, 의회 합동연설문 작성, 국빈방문 관련 발언문 작성으로 꾸려져 있다. 웨스트 윙 라이터스는 9월22일 주미 한국대사관에 보낸 첫 번째 계약서에서 "이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 전에 미국 청중에 대한 전략적 조언과 분석을 제공한다"며 "이 대통령의 상공회의소 연설 초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상공회의소 연설문 초안 작성 및 수정 비용은 1만달러로 책정했다.

미 법무부가 공개한 '웨스트 윙 라이터스' 계약서는 주미 한국대사관에 이명박 대통령 의회·국빈 연설문 비용 3만6500달러를 요구했다. | 미 법무부 홈페이지 캡처

9월28일 보낸 문서에는 미 의회 합동연설문, 국빈방문 관련 발언문을 다루고 있다. 합동연설문과 관련해서 메모 작성, 미 상·하원 의원들 분석 및 전략적 충고를 담았다.

이 대통령은 미 의회 합동연설 때 6·25전쟁 참전 의원들을 일일이 거명하고 희생에 감사했다. 또 연설 뒤 이들 의원에게 거수경례를 해 박수를 받았다.

국빈방문 연설에서는 백악관 잔디밭에 도착했을 때 연설, 국무부 오찬 때 연설, 백악관 국빈만찬 때 연설 등 3가지 발언을 다루고 있다. 의회 및 국빈방문 관련 비용은 3만6500달러로 돼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 방문 때 대통령 연설은 우리가 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연설문을 작성할 때에는 여러 곳에서 초안을 받아, 연설비서관이 초안들을 갖고 최종 연설문을 쓴다"며 "주미 한국대사관이 그런 계약에 기초해 초안을 우리에게 보내왔는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