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가 국내에 상륙하기도 전에 암초를 만났다. 신세계 계열 대형마트와 카페에서 사용이 어려워졌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이달 애플페이가 서비스되지만 신세계 계열 대형 오프라인매장인 이마트, 스타벅스, 신세계백화점 등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와 스타벅스 관계자는 “현재 NFC 결제가 가능한 단말기는 보유하고 있지만 애플페이 관련 결제 서비스 지원을 위한 업그레이드는 하지 않았고, 내부에서도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서 “현재로선 애플페이가 상용화돼도 (이마트와 스타벅스)매장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도 “NFC 결제 단말기가 비치돼 있지 않고, 애플페이 연동은 진행하는 건이 없다”고 확인했다.
애플페이의 NFC 기술은 유로페이, 마스터, 비자 등 3대 글로벌 신용카드사가 만든 비접촉결제방식(EMV) 국제결제표준을 이용한다. EMV 비접촉 하드웨어(HW) 인증까지는 공통된 표준규격이 쓰이지만 소프트웨어(SW) 인증부터는 회사 간 비접촉결제 주도권 다툼 영향으로 표준이 각자 다르다.
애플의 NFC 결제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선 애플페이에 대한 SW 인증을 받아야 한다. 결제 단말기에 추가 인증을 받거나 인증 받은 단말기 교체가 필요하다.
결국 신세계 계열에서 애플페이를 연동하기 위한 서비스 지원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업그레이드 계획은 현재 없다고 밝혔다.
이마트는 전국 136개 점포, 창고형 매장인 트레이더스 점포를 21개 두고 있다. 점포마다 적게는 5대에서 많게는 10대 이상의 계산대가 있고, 최근에는 셀프계산대까지 생겨 점포당 평균 10대 이상의 NFC 결제 단말기가 배치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스타벅스는 1780개 전국 매장이 있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매장마다 NFC 결제 단말기가 평균 2대, 최소 1대가 배치되어 있는 만큼 총 3000대 이상의 NFC 결제 단말기가 배치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마트와 스타벅스의 경우 각각 대형마트와 카페 업종에서 시장점유율이 국내 1위를 달리고 있는 브랜드다.
게티이미지뱅크
애초 이마트, 스타벅스 등이 우선 애플페이 도입이 유력해 보였다. 이마트나 스타벅스에 이미 NFC 결제 단말기가 비치되어 있고, 현대카드와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파트너사인 '도메인 갤럭시'로 사업을 함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PLCC 상품 출시 외에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정'든 된장라면 밀키트를 공동 개발해서 판매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했다.
하지만 애플페이 관련해선 공동 전선을 구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신세계 대형 계열사들이 애플페이 진영에 합류하지 않을 경우 국내 파급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마트의 지난해 할인점(점포) 매출액은 12조4153억원이다. 이는 같은 기간 롯데마트 매출액 4조5140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를 훌쩍 넘는다. 스타벅스코리아는 격차가 더 크다. 스타벅스코리아 지난해 매출액은 2조5939억원으로, 업계 2위인 투썸플레이스 매출액(4117억원, 2021년 기준)과 상당한 격차다.
스타벅스의 경우 고객 충성도에서도 압도적이다. 특히 애플과 엮여 스타벅스에 가기 위해선 애플의 전자기기를 갖춘 '애플 입장권'이 필요하다는 인터넷 밈까지 나왔다. 그만큼 애플 이용자에게도 사랑받는 브랜드라는 의미다. 스타벅스는 한국표준협회 '프리미엄 브랜드 지수'에서도 커피 전문점이 포함된 2013년부터 꾸준히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신세계 계열의 초대형 오프라인 가맹점이 애플페이 도입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초기 흥행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현대카드와 신세계그룹 관계를 볼 때 애플페이의 국내 도입에 협력할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이마트, 스타벅스 등 국내 압도적 1위 회사가 함께하지 않으면서 초기 흥행에도 제약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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