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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

'얼간이' 소리 듣는 트럼프, 자신의 브랜드 정확히 계산하고 세일즈한다… 유권자 홀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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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버트의 아버지 스콧 애덤스가 말하는 성공 법칙

"도널드 트럼프가 얼간이(jerk) 같은가요? 그는 천재(genius)예요. 완벽한 협상가이기도 하고요. 그는 자신의 브랜드를 정확하게 계산된 방법으로 세일즈하고 있는 거예요. 유권자들이 그에게 홀릴 수밖에 없는 거죠."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극찬을 늘어놓는 이 남자는 1990년대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끈 직장인 만화 '딜버트(Dilbert)'의 저자 스콧 애덤스(Adams· 58)다. 지능지수 170의 대기업 엔지니어 딜버트가 주인공인 이 만화는 직장인의 애환을 코믹하게 그려 전 세계 65개국 2000여개 신문에 연재되는 인기를 누렸다. 당시 직장인들에게서 매주 수백 통씩 제보를 받았다는 그는 이를 바탕으로 회사에서 성공하는 비결을 담은 '딜버트의 법칙'을 출간해 경영학계의 오스카(Oscar)상인 '싱커스 50(thinkers 50)'에서 2001년부터 3회 연속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딜버트의 법칙이란 무능해 보이는 사람이 승진한다는 것이다.

애덤스가 트럼프의 선전을 예언한 것은 미 대선 경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8월이다. 당시 그는 블로그에 '천재적 광대'라는 제목으로 '트럼프가 대선 후보가 될 것'이라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당시만 해도 언론들은 트럼프 현상에 대해 워싱턴 기성 정치에 반감이 있는 유권자들의 일시적 피로 현상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예측이 정확했다는 것이 경선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그 덕에 그는 최근 트럼프 현상을 설명하는 정치 패널로 여기저기 불려 다닌다.

직장 내 성공의 법칙을 말하던 그는 어떻게 트럼프 돌풍까지 예측했을까.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로 1시간 반 떨어진 부촌(富村) 플레전턴에 사는 그를 만났다. 그의 집은 혼자 산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컸으며, 실내에는 테니스장, 정원에는 농구장이 있었다. 2층 지붕 가운데는 작고 동그란 안경을 쓴 딜버트가 그려져 있었다. 그의 말은 딜버트 만화처럼 독설과 유머, 반어법이 뒤섞인 풍자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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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사진에 딜버트 캐릭터를 합성했다.

-얼간이 아닌 천재
트럼프 슬로건을 보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유권자 모두가 동의해
막말도 공화당원 입장선
강력한 메시지 될 수 있어

'설득의 대가' 트럼프를 배워라

―어떻게 트럼프의 선전을 예상했나요.

"그의 설득 기술이 놀라웠기 때문이죠. 유권자는 감정적인 동물이에요. 냉철하게 그가 대통령으로서 자질이 있는지를 분석하지 않죠. 더 많이 공감할수록 더 많이 지지해요. 유권자들은 트럼프가 이기적인 얼간이처럼 행동할수록 그에게서 인간적 매력을 느껴요. 그의 행동에 친밀감을 느끼고 그에게 홀리게 되는 거죠."

―그의 막말에 친밀감을 느낀다고요

"트럼프는 자신의 브랜드와 세일즈 포인트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요. 그가 홀려야 하는 대상은 당신이 아니잖아요. 공화당 지지자들이 볼 때 그는 막말을 하는 게 아니에요. 자신의 관점을 고의로 과장해 말하는 거지요. 공화당원들은 반(反)이민 정책을 지지해요. 그들에게 '멕시코 이민자들은 마약 중독자니깐 막아야 한다'는 식으로 강력한 멘트를 던지는 거죠. 덕분에 그는 대통령 선거라는 정신없는 경쟁에서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시각을 명확하게 기억하도록 하고 있어요. 물론 그에게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죠. 하지만 그들조차 트럼프가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죠."

―더 멋지게 말할 수는 없었나요.

"그러면 아무도 그의 말을 주목하지 않을걸요? 그가 예전에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1987년 출간)'이라는 책을 쓴 것을 알고 있나요?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이 사업가로 성공한 비결은 협상을 잘했기 때문이라며 그 비법에 대해 적어놨어요.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좋은 평판은 나쁜 평판보다 낫다. 그러나 나쁜 평판은 때때로 평판이 전혀 없는 것보다 낫다' '남이 갖고 있지 않은 특성을 발휘해야 경쟁에서 이기게 된다'. 왜 그가 그런 행동을 하는지 좀 알겠죠? 대선에서 그가 논란을 피해가는 방법도 놀라워요. 유권자들의 관심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동시키거든요. 토론에서 그가 여성 비하 발언으로 공격당하는 것을 봤나요? 그는 바로 '비하한 것 맞다'고 인정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죠. 그런 다음에 바로 '하지만 그 비하 발언은 여성이 아닌 로지 오도넬(동성 결혼을 한 여성 코미디언)에게 한 것'이라며 관심을 돌려 버렸죠. 사람들은 그를 '여성 비하'로 공격할 수는 있어도 '오도넬 비하'로 공격할 수는 없거든요. 사실 이렇게 화제를 과거로 돌려버리고 새로운 논점을 끌고 오는 것은 자동차 세일즈맨들이 배우는 기술이에요. 세일즈맨들은 고객들이 '차를 살지 말지'로 고민하게 만들어서는 안 돼요. '빨간 차를 살지 파란 차를 살지'로 고민하게 만들어야 하지요."

―현명한 사람들도 그런가요?

"저는 트럼프가 그런 현명한 사람들마저도 끌어들이는 이유는 완벽한 구호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자신에 대한 엄청난 나르시시즘(자아도취)을 보이면서도 슬로건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고 했어요. 내가 아닌 국가를 강조한 것이지요. 누구나 이 구호에는 동의할 수밖에 없어요. 그의 제스처도 유의해서 봐야 해요. 그는 꼭 승리자처럼 손을 자주 들어요. 공화당원들은 승리자를 원해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을 원치 않기 때문이에요. 그가 너무 스스로를 멋지고 놀랍다고 말해 민망하다고요? 하지만 조금씩 사람들은 세뇌당하고 있을걸요? 그는 결코 어중간하게 말하지 않아요. 좋고 싫음을 분명하게 말하죠. 그래서 사람들은 그가 진실만을 말한다고 생각해요."

―당신은 트럼프 지지자인가요.

"아니요. 요즘 이 대답을 정말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저는 트럼프를 지지하지도 않고 공화당원도 아니에요. 그렇다고 민주당원도 아니고,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지도 않아요. 그냥 정치 색깔이 없어요."

―트럼프가 가진 설득 기술은 좋은 보스의 자질인가요.

"남용하지만 않으면요. 실제로 보스들이 해야 하는 일은 투자금을 모으고, 직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 내고, 주주들을 설득하는 일이니까요."
직장인 만화 ‘딜버트’ 저자 스콧 애덤스.

-밥 먹듯이 실패해보니
딜버트 성공을 발판으로
수십 개 일 벌였지만 망해
무모한 열정이 毒 되더라
목표 향한 '시스템'이 중요

열정은 쓰레기… '성공 시스템' 가져라

애덤스는 전업 만화가가 되기 전 16년을 은행과 통신사에서 일했다. 임원으로 승진도 했지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회사를 나와야 했다. 그는 승진한 것도 잘나서가 아닌 만큼 해고당한 것도 못나서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이후 딜버트의 성공을 발판으로 사업을 수십 건 시도했고 대부분 실패했다. 그야말로 '밥 먹듯이 실패한 사람'이다. 그리고 2013년 자신의 경험을 담은 자기 계발서를 냈다. 제목은 '열정은 쓰레기다(How to fail at almost everything and still win big)'. 이 책에서 그는 딜버트로 성공한 얘기 대신 사업으로 실패한 이야기를 잔뜩 늘어놨다. 그 뒤 그가 낸 결론은 '실패하지 않고 성공하려면 무모한 열정을 버려라'이다.

―성공한 사람은 대부분 열정이 중요하다고 말하지 않나요.

"그러면 인터뷰에서 '제가 성공한 것은 너무 유능하고 똑똑하고 잘났기 때문이에요'라고 말할까요? 아메리칸 아이돌(미국 오디션 프로그램)을 본 적 있나요? 그 프로그램에는 시즌 시작할 때마다 엄청난 지원자가 몰려요. 그들은 모두 열정적이에요. 하지만 1위에 뽑히는 건 단 한 명이지요. 그와 다른 참가자들의 차이는 뭘까요? 바로 재능이에요. 열정은 누구나 있어요."

―그렇다고 열정이 버려야 할 건 아니잖아요.

"잘못된 열정은 독(毒)이에요. 제가 은행에서 대출 담당자로 일할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스포츠광이 스포츠용품점을 한다고 하면 절대로 대출해주지 마라'는 것이었어요. 오히려 '세탁소처럼 따분한 일을 한다고 하면 대출해 줘라'고 했죠. 30년 차 은행원이었던 제 상사는 '최고의 고객은 열정과 관계없이 객관적으로 가치 있는 것을 열심히 하려는 사람'이라고 했어요. 열정적인 사람은 가능성이 희박한 목표를 위해 큰 위험을 감수하는 경향이 있어요. 물론 이들 중 간혹 '대박'을 터트리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실패해요. 그걸 사람들이 모르는 이유는, 실패한 사람들은 우리에게 조언을 남길 기회조차 잃어버렸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열정 때문에 성공한 사람이 많아 보이는 거예요. 듣는 사람도 그 말이 제일 편해요. 똑똑하지도 않고 가진 것도 없는 사람이라도 열정 정도는 가질 수 있다고 느끼거든요."

―당신은 목표도 필요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지요.

"당신이 '나는 10㎏을 빼겠어'라는 목표를 정했다고 생각해보세요. 10㎏을 빼기 전까지 당신은 실패를 반복하는 거예요. 반면 '올바르게 먹자'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 시스템은 매일 만족시킬 수 있어요. 목표를 정하지 말고 시스템을 만드세요. 워런 버핏(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이 '나는 얼마를 벌 테야'라고 목표를 정해놓고 돈을 벌었을까요? 그는 그냥 '저평가된 주식을 사서 주요 변화가 있을 때까지 묻어두기'라는 시스템에 따라 행동했기 때문에 성공한 거예요."

―창의력은 어떤가요.

"열정과 비슷해요. 모든 사람은 창의적이에요. 하지만 잘못된 창의력은 실수를 불러일으키지요."

―본인이 사업 등에서 실패했던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글쎄요. 그냥 멍청했고 무식했고 운이 나빴기 때문이 아닐까요. 제가 했던 사업 중 가장 크게 실패한 건 냉동 브리토(전병에 콩과 고기를 넣어 만든 멕시코 요리) 사업이에요. 딜버트로 유명해져 한창 바쁠 때라 밥을 제대로 못 먹었거든요. 그래서 몸에 좋은 야채와 콩이 잔뜩 든 냉동 브리토를 만들어 나도 먹고 팔기도 하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죠. 이름도 딜버트가 유명하니 '딜버리토'로 짓고요. 시작은 나쁘지 않았어요.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대형마트인 코스트코, 월마트에 모조리 납품할 기회를 잡았거든요. 하지만 문제는 제가 유통을 너무 모른다는 거였죠. 판매의 기본은 진열이었거든요. 경쟁사들은 수시로 마트를 방문해 자신들의 제품을 가장 잘 보이게 진열하고 저희 제품은 그야말로 묻어버렸어요. 전 망할 수밖에 없었죠."
풍자와 유머로 직장 문화를 꼬집는 만화 딜버트. /스콧 애덤스

-직장에서 성공하려면
무능한 사람이 승진한다?
승진의 법칙을 잘 아는 것
직장용 커뮤니케이션해야
상사처럼 옷 입고 바쁜 척…
새로운 기술도 익혀라

무능해 보이는 사람이 왜 승진할까

―딜버트가 탄생한 지 30년이 다 돼가는데 아직도 인기가 있습니다.

"회사 생활은 변한 것이 없기 때문이지요. 기술이 발달하고 근무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고 해도 샐러리맨의 고민은 비슷해요. 따분한 회의, 상사의 압박, 지루한 회사 생활. 단어 정도만 바뀔 뿐이죠. '당신은 해고야'가 아니라, '당신은 다운사이징(감축) 대상이야' 정도로."

―왜 무능해보이는 사람이 승진할까요?

"사실 그들은 무능한 것이 아니라 승진의 법칙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겁니다. 경영학과 교수들에게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을 물어보면 누구나 '명확한 정보 전달'이라고 말할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교수가 사업에서 성공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거죠. 성공한 경영자라면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이란 '나는 승진할 만하다'는 메시지를 상사에게 끊임없이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할 거예요. 회사 내에서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은 대부분 사람들을 곤란하게 해요. 딜버트의 캐릭터를 보면 입이 없어요. 사실 처음엔 실수였어요. 그런데 회사 생활에 대해 알면 알수록 현실과 맞아떨어지는 포인트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경영진의 거짓말도 잘 구분해야 해요. 상사가 '저는 마음을 활짝 열어놓고 있는 사람입니다' 한다고 쪼르르 달려가 다 말해버리면 그 직원은 어떻게 될까요?"

―그럼 회사에서 승진하거나,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상사처럼 옷을 입고 바쁜 척을 하세요. 제가 어린 나이에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바쁜 척을 잘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세요. 완벽하지 않아도 그 기술을 활용할 만큼만 익혀도 돼요. 성공하려면 한 가지를 탁월하게 잘하는 것보다 두 가지를 적당히 잘하는 편이 나아요."

―보통 한 가지 기술이라도 마스터하라고 하지 않나요. 그런 것이 밥벌이가 된다고요.

"그런 탁월한 능력을 타고난 사람은 제외예요. 야구공을 시속 100마일 이상으로 던지거나 단숨에 히트곡을 작곡할 수 있는 사람들이 왜 만화가가 말하는 성공의 비법 따위를 듣고 있겠어요?"

―당신은 왜 만화가가 됐나요.
만화 '딜버트'에 등장하는 캐릭터. /스콧 애덤스
"직장에서는 제 유머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었거든요."

―딜버트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타이밍이 기가 막혔죠. 신문이 존재하던 시대에 태어났으니까요. 미국에서 태어났다는 것도 도움이 됐고, 1990년대에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많이 했다는 것도 도움이 됐어요. 딜버트가 타임, 뉴스위크, 포천의 표지 모델도 했다니까요. 아! 버크 브리시드(만화 '블룸 카운티' 저자) 같은 훌륭한 만화가들이 은퇴한 것도 제겐 행운이었죠. 일거리가 많아졌거든요. 전 언제든 만화를 그려낼 준비가 돼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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