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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자 서울경제신문 14면에 실린 기사다. 네이버 뉴스캐스트엔 <알고보니 충격…낯뜨거운 애플 실체>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삼성전자에 대한 특허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애플이 정작 경쟁 업체를 모방하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다는 주장이 미국에서 제기됐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를 ‘카피캣(흉내쟁이)’로 비난해왔떤 애플의 도덕성에 타격이 예상된다”는 전망도 내놨다. 매일경제도 4면에서 비슷한 취지로 같은 내용을 전했다.
그러나 해당 기사에 인용된 원문은 미국 특허제도를 비판한 글이다. <모방경제>의 저자인 칼 라우스티알라 UCLA대 법대 교수와 크리스 스프리그먼 버지니아대 법대 교수는 포브스에 실린 <모방꾼으로서의 애플과 삼성: 또는 모방이 긍정적일 수 있는 이유>라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에서 “창조와 모방은 공존할뿐만 아니라 모방이 실제로 창조에 긍정적”이라고 지적했다. 과도하게 적용되는 미국 특허제도의 문제를 짚은 대목이다.
▲ 서울경제 9월5일자 14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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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삼성은 분명 애플의 디자인을 베꼈다”면서 “그건 애플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취지는 한국 신문들이 인용한 대목처럼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게 아니다. “삼성이 저지른 일(모방)은 전자산업을 포함한 많은 분야에서 일반적인 일”이고, “이 같은 모방은 경쟁을 촉진시키기 때문에 좋은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두 사람은 순식간에 애플의 ‘몰염치’를 꾸짖는 전문가로 한국에 소개됐다. 사실 왜곡이다.
지난달 말 있었던 미국 법원의 애플·삼성 소송 평결 이후, 한국 언론의 ‘삼성 편들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은 많다. 매일경제는 5일자 1면 <애플 알고보니 한국 휴대폰 벤치마킹>에서 “애플이 아이폰 출시 전에 삼성전자와 LG전자 휴대폰을 벤치마크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단독 입수한 애플 내부 자료 ‘3GSM 트레이드 쇼 분석’에 따르면 애플은 삼성전자 ‘F700’과 LG전자 ‘프라다폰’ 등 세부 스펙과 외형 등을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쇼 전시장에서 파악해 본사에 보고했다”고 전했다.
매일경제는 “애플은 아이폰 외형과 삼성 제품을 같은 페이지에 비교함으로써 당시 출시를 앞두고 있던 아이폰과 비교 분석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를 근거로 “삼성과 LG 제품을 오히려 애플이 참고한 셈”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노키아 제품은 외형을 분석하지 않았지만 삼성과 LG 제품은 LCD 화면 크기, 가로·세로 길이, 두께까지 철저히 비교분석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애플·삼성 소송의 핵심은 ‘벤치마크’가 아니라 ‘모방’이다.
▲ 매일경제 9월5일자 1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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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입수’된 자료를 자세히 살펴봐도, 이 같은 ‘비교분석’이 왜 문제인지는 알 길이 없다. 상식적으로도 이와 비슷한 ‘비교분석’ 자료는 삼성이나 LG 내부에도 얼마든지 있을 법한 자료다. 애플 입장에서 보면 아이폰 최초 출시를 앞둔 상황에서 시장조사는 필수적이다. 2007년 당시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던 삼성·LG의 휴대폰 디자인을 비교·분석하는 건 자연스럽다. 기사 어디에도 애플이 이들 제품을 모방했다는 증거나 분석은 없다. 교묘한 ‘물타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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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후발주자에 가깝다. 아이폰은 출시 3년만에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17%를 차지하며 치고 나갔지만, 전체 휴대전화 시장에서 점유율 2위를 달리던 삼성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2.8%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5위에 머물렀다. 삼성은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된 이듬해인 2010년 3월에야 ‘스마트폰 일류화 추진 TF’를 꾸리는 등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었다. SKT에 아이폰의 국내 도입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의혹도 있었다.
후발주자였던 삼성이 비교적 빠르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건 ‘모방’ 전략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악세사리 디자인까지 아이폰 3GS를 ‘대놓고’ 모방했다는 지적을 받았던 삼성 갤럭시S가 대표적이다. 출시 당시 외신들의 조롱이 쏟아졌던 건 물론이다. 이번에 미국 법원이 ‘모방’이라고 판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삼성은 갤럭시S와 뒤이은 ‘갤럭시 시리즈’로 안드로이드 진영뿐 아니라 스마트폰 시장의 선두주자로 도약했다.
▲ 매일경제 8월31일자 1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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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국 언론에서 삼성의 ‘모방 전략’에 대한 비판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낯 뜨거운 홍보성 기사만 넘쳐난다. 29일(현지시각) 독일에서 열린 IFA(국제가전전시회)에서 모습을 드러낸 삼성 ‘갤럭시노트2’에 대한 보도는 찬사 일색이다. 매일경제는 31일자 1면 머리기사에서 “‘한층 견고해진 S펜 기능에다 시원한 대화면 장점은 그대로….’”라는 ‘느낌’을 첫 문장에서 전했다. 한국경제도 관련 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배치하며 “혁신으로 애플과 정면승부”라는 제목을 달았다. 심지어 삼성이 ‘1등 DNA로 애플 파고 넘는다’는 내용의 기사도 1면 머리기사(서울경제 8월29일자 1면)로 등장할 정도다.
한국경제는 8월31일자 사설에서 “한국인이면 삼성 갤럭시만 쓰고 미국인이면 애플 아이폰만 쓰는 그런 세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옳은 이야기다. 그러나 한국 언론은 여전히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되기 직전이던 2009년, “아이폰이 한국 소비자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며 ‘DMB가 지원되는’ 삼성 옴니아를 대항마로 꼽았던 게 한국 언론들이다. 애플을 ‘특허에 매달리는 노인’에, 삼성을 ‘혁신에 도전하는 청년’에 비유하는 언론들의 분석이 썩 미덥잖은 이유다.
▲ 한국경제 8월31일자 1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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