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불태워버려” 롯데월드 상가 막가파식 철거

내일 법원 결정문 나오는데” 용역직원 대동해 지하상가 4개 점포 강제철거
십수년간 영업해왔던 상가 리모델링해 롯데쇼핑에서 영업 맡기로

	» 롯데월드 지하상가 입구를 용역들이 가로막고 있다.

“다 불붙여버려. 다 불태워버려.”

13일 새벽 6시30분. 양복을 입은 육중한 몸집의 사내 50여명이 우르르 몰려왔다. 10여명의 상인들은 상가로 이어지는 작은 통로를 막고 섰다. 롯데월드 안전과 직원이 “다 불붙여버려. 다 불태워버려”라고 말하며 상인들을 위협했다. 한 상인이 “어떻게 그런 말 할 수 있냐”고 따지자 이 직원은 “우리 집을 태우라는 말이었다”고 답하며 조롱했다. 상인들은 용역직원들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10여분 만에 쫓겨났다. 한 상인은 직원들에게 저항하다 팔을 뒤로 꺾였다. 합법적인 철거를 지시할 수 있는 법원 집행관은 아침 7시 30분께서야 도착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 지하상가 4개 점포가 이날 강제철거당했다. 롯데월드는 법원 집행관과 용역직원들을 대동해 철거에 반대하며 싸우던 상인들을 상가에서 몰아내고 상가 안 집기들을 강제로 철거했다.

상인들은 롯데월드가 소송을 벌이는 중에 기습철거를 벌였다며 비난하고 있다. 롯데월드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상인들은 지난 6일 롯데월드를 상대로 벌이던 ‘제소전 화해 취소 소송’에서 패소한 뒤 법원에 항소한 상태였다.

‘제소전 화해’는 최근 건물주들이 명도소송을 피하고 임차인 퇴거를 손쉽게 하려고 즐겨찾는 법적 절차다. 건물주가 퇴거를 요청하더라도 임차인이 법률적으로 문제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하는 것인데, 건물주와 임차인의 불평등한 관계 속에서, 재계약을 빌미로 맺는 반강제적 합의라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상인들은 소송 진행 중 강제철거를 막으려고 강제집행정지신청을 법원에 냈고 서울고등법원은 이를 받아들인 상태였다. 강제집행정지 법원 통보서는 14일께 상인들에게 도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롯데월드는 상인들이 법원 통보서를 받기 전 기습적으로 상가들을 강제철거해버렸다. 롯데월드 상인은 “내일 법원 결정문이 나오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나. 롯데에는 법도 없냐”며 절규했지만 용역직원들은 막무가내로 철거를 계속했다. 　

롯데월드는 지하상가를 리모델링해 롯데쇼핑 쪽에 영업을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상인들은 길게는 십수년간 이곳에서 장사를 해왔기 때문에 롯데월드 쪽에 상권 형성에 대한 보상이나 대체부지를 마련해달라며 반발해왔다. 롯데월드는 2011년 1월부터 상인들과의 재계약을 거부하며 상인들에게 퇴거 통보를 한 상태다.

롯데월드는 2009년 임대차 계약 갱신 조건으로 맺은 ‘제소전 화해’ 계약에 따라 점포를 비우라고 했지만 상인들은 임대차 계약을 갱신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제소전 화해 계약을 맺었거나 그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며 법원에서 소송을 벌여왔다.

롯데월드 비상대책위의 한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통령은 상생을 외치고 소상인들을 위해 일하겠다고 하는데 현실에서 우리를 보호해줄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롯데월드 관계자는 “시급히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상인들이 계속 반대해 와 우리도 손해가 많다. 법적 절차대로 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강제 퇴거에 반대하는 상인 10여명은 10여일 전부터 강제철거를 막으려고 롯데월드 지하상가에서 밤샘 농성을 벌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