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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고용쇼크’의 착시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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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고용 사정은 오히려 악화되었다”는 비판이 넘쳐나고 있다. 통계청에서 매달 내놓는 경제활동인구조사자료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수 증가 폭이 올 2, 3, 4월의 경우 10만 명대를 간신히 웃돌다가(2월 10만4000명, 3월 11만2000명, 4월 12만3000명) 급기야 지난 5월에는 7만2000명으로 낮아졌다. 6월에는 다소 나아졌으나 여전히 10만6000명이었다. 

30만 명대이던 지난해에 비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이렇게 줄어든 것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도입한 결과라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6월 말 청와대 정책실 산하 일부 일자리수석과 경제수석이 교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간판을 내리고 경제정책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정말 문재인 정부 들어 ‘고용쇼크’가 발생한 것인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여러 가지 지표를 살펴볼 때 고용의 질은 분명히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 들어 과연 고용의 양적 측면이 악화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자료를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노동부에서 매월 실시하는 전국 2만4900여 개 대상 전국사업체조사 결과를 보면 고용의 질뿐 아니라 양적 성과 또한 오히려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가 취약한 한국의 현실을 감안할 때 문재인 정부가 목표로 하는 ‘더불어 잘사는 사람중심경제’를 통해 개개 국민의 소득을 올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자리의 양과 질이 뚜렷하게 개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2년차에 접어든 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이외에도, 다양한 정책을 입체적으로 구사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중소기업 간, 정규·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를 완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공정경제정책의 본격적 추진과 획기적인 재정 확대, 그리고 금융의 생산적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일용근로자 수 크게 준 게 한 요인

인구구조의 변화를 감안해보면 고용쇼크가 발생했다고 하기 어렵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더라도 15세 이상 경제활동가능인구가 많이 증가하면, 취업자 수는 늘어난다. 그런데 이전에 비해 2018년의 경우 15세 이상 인구 유입이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5월의 경우 15세 이상의 인구는 전년(2016년) 동월 대비 34만8000명이나 증가한 반면, 올 5월의 15세 이상 인구는 전년 동월 대비 23만8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15세 이상 인구의 전년 대비 증가 폭은 2011년에는 41만5000명, 2012년에는 53만 명, 2013년에는 51만4000명, 2014년에는 41만7000명, 그리고 2015년에는 50만5000명, 2016년에는 39만8000명이었다. 과거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전년 동월 대비 30만~50만 명에 달한 것은 이렇게 15세 이상의 인구가 큰 폭으로 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2018년 들어 15세 이상 인구 증가 폭이 20만 명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인구구조의 변화를 감안할 때 지난 2~5월뿐 아니라 향후에도 취업자 수 증가 폭이 과거에 비해 상당 수준 줄어드는 것이 오히려 정상적인 일이라 할 것이다.



 

‘고용쇼크’의 착시현상
인구구조 변화 이외에도 취업자의 종사상 지위를 주목해야 한다. 취업자는 상용 및 임시· 일용근로자로 구성된다. 추세적으로 보면 상용근로자가 매년 증가하는 반면 임시·일용근로자는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2017년 5월의 고용동향을 보면 전년 동월 대비 일용근로자가 13만 명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증가한 취업자 수 37만5000명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상용근로자 33만7000명 증가, 임시근로자 13만3000명 감소, 그리고 일용근로자 13만 명 증가로 이뤄져 있다. 반면 2018년 5월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일용근로자 수는 12만6000명이 감소했다.(아래 <표> 참조).  

상용근로자는 32만 명 증가, 임시근로자는 11만3000명 감소함으로써, 2017년 5월 고용동향과 별 차이가 없지만, 일용근로자가 대폭 감소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취업자 수의 증가 폭이 크게 하락한 것이다. 일용근로자 수의 변화만으로 과거(2017년 5월) 30만 명대에 이르던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 증가 폭이 2018년 5월 들어 10만 명 이하로 떨어진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고용쇼크’로 받아들이는 2018년 5월 고용동향상 취업자 수의 증가 폭 하락은 인구구조의 변화와 일용근로자 수의 변화에 상당 부분 기인한다. 한국의 일용근로자 수는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4년 당시 218만8000명이었다가 2005년 221만2000명을 기록한 이래 줄곧 감소해왔다.  

그간 일용근로자 수가 증가한 적이 단 두 차례 있는데, 바로 2015년(연간 기준 1000명 증가)과 2017년(3만 명 증가)이었다. 특히 2017년 5월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일용근로자 수 증가 폭은 13만 명에 이르렀다. 결국 2017년 5월 일용근로자 수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에, 올 5월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일용근로자 수 증가 폭이 크게 감소했고 이에 따라 전체 취업자 수 증가 폭도 크게 줄어들었다.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 전년 대비 2.6% 상승

지난 6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윤종원 경제수석, 정태호 일자리수석, 이용선 시민사회수석 등 신임 수석비서관 인선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6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윤종원 경제수석, 정태호 일자리수석, 이용선 시민사회수석 등 신임 수석비서관 인선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해 대비 올해 일용근로자 수가 감소한 것은 주택 준공 물량이 축소됐고, 강한 호우로 인해 건설업 일용근로의 기회 또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018년 5월 고용동향 조사는 5월 13~19일 이뤄졌는데 이 중 4~5일간 중부지역에 호우가 내렸다. 2017년 5월의 경우 조사 기간 중 0~1일간 강수가 있었을 뿐이었다.  

통계청에서 매월 집계하는 경제활동인구(고용동향으로 발표)가 노동의 공급 측면을 조사하는 것이라면, 고용노동부는 매월 사업체노동력조사를 통해 노동의 수요를 파악한다.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전국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2018년 5월의 사업체 수는 195만 개로 전년 동월 대비 3.2% 증가했고, 종사자 수 또한 1736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6% 증가했다. 고용의 양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2017년 1월 대비 2018년 5월 현재 상용근로자는 25만 명, 임시·일용근로자는 28만 명, 기타 종사자는 3만7000명 등 종사자 수는 전체적으로 57만 명이나 증가했다.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 45만 명이 증가했고, 300인 이상 대기업 종사자는 11만6000명이 증가했다. 

경제활동인구조사(월별 고용동향)에 따른 취업자 수가 2700만 명에 달하는 반면, 전국사업체노동력조사상 종사자 수가 1736만 명으로 차이가 나는 이유는 조사의 포괄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인구조사는 전국 1737개 표본조사가구 중 3만5000가구를 조사하고, 농림어업 제조업 등 전체 산업 부문의 취업자 현황을 파악하는 반면, 전국사업체조사는 ① 자영업자, 무급가족종사자 등의 비임금근로자 ② 농림어업 부문의 가구 단위 개인 농어가 ③제조업 부문의 가내수공업, 도급자(의류, 전자부품 등) ④ 고정사업장 없이 사업을 영위하는 자(노점상, 용달·대리운전 등) ⑤ 건설업 부문의 최종 하도급자에게 소속된 일일근로자 ⑥ 가정에 고용된 가사서비스업 종사자(육아· 가사 도우미) 등을 제외한 취업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과 문성현 노사정위원장, 반장식 청와대 일자리수석(오른쪽부터)이 6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고용 관련 긴급 경제현안간담회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과 문성현 노사정위원장, 반장식 청와대 일자리수석(오른쪽부터)이 6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고용 관련 긴급 경제현안간담회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고용의 양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고용의 질은 분명히 개선되고 있다. 2018년 5월 전체 취업자 2706만4000명 중 상용근로자는 1374만1000명으로 50.8%의 비중이다. 전년 동월 대비 1.1%포인트가 상승했다. 상용근로자가 견조하게 증가하는 이외에도, 자영업자 중 고용원이 없는 영세자영업자 수가 줄어들고,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의 수는 증가하고 있다. 2018년 5월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 또한 1315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6%나 상승했다.



 

청년이 가고 싶은 일자리 늘어야

서울 중구 을지로 서울시청년일자리센터에 마련된 취업 카페. [동아DB]

서울 중구 을지로 서울시청년일자리센터에 마련된 취업 카페. [동아DB]

이렇게 일자리의 양과 질을 살펴볼 때 ‘고용쇼크’라는 말은 과장이다. 그럼에도 청년 일자리 상황에 대한 각별한 관심은 여전히 필요하다. 경력 중심의 채용이 이뤄지면서 신규 채용이 줄어들었고, 이에 따른 타격이 청년층에게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25~29세까지 핵심 입직 연령대에 있는 청년 인구는 2016년 328만 명이던 것이 2021년까지 39만 명 증가해 367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까지의 상황도 문제지만 그때가 지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청년이 가고 싶은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한 청년 실업난은 계속될 것이다. 이점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를 완화함으로써 기존 저임금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일이 향후 일자리 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는 평균소득에서 100:47, 중위소득에서 100:43.5로 그 차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벌어져왔다. 사업체의 크기에 따라 일자리의 질이 이토록 다른 사례는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2018년 5월 현재 사업체조사에서 나타난 빈 일자리의 수는 19만7000개다. 이 중 대부분인 19만 개가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 사람 부족으로 채우지 못한 일자리다.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상당 부분 완화되지 않는 한 청년들은 가고 싶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기업은 채워야 할 일자리를 채우지 못하는 일자리의 미스매치 현상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공정경제 작동·재정지출 확대 필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가운데)이 지난 3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상생협력 확산을 위한 가맹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가운데)이 지난 3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상생협력 확산을 위한 가맹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먼저,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를 완화하려면 무엇보다 공정경제의 작동이 매우 시급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6월 말까지 13개월간 공공부문 비정규직 13만300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공공부문의 경우 정규직 전환에 따른 임금상승 부담을 감당할 수 있었지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우 최저임금의 상승 충격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다.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다수인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경우 적어도 고용심리가 위축되었음은 분명하다.  

유명 피자 프랜차이즈 종사자 L씨(55·안양지역 가맹점주)는 지난 1년간 문재인 정부 공정거래위의 활동을 “태산명동에 서일필이었다”고 지적했다. 미스터피자 사건 이후에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불공정한 관계가 개선될 것을 기대했지만, 변화라곤 피자 치즈 값이 4% 내린 데 불과하다는 것. 이는 매월 가맹본부에 지급하는 전체 식자재 값(2000만~2500만 원) 중 0.4% 정도(10만 원 이내)가 개선된 것에 불과하다. 연중무휴 할인행사에 따른 가맹점의 전적인 부담, 매출액의 3~4%에 이르는 광고비를 가맹본부에 지급(월 7000만 원 매출 시 매월 300만 원 수준), 로열티 6%(국제 본사 3%, 국내 본사 3%) 등 가맹본부와의 불공정한 관계는 어느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카드 수수료 인하, 안정적 임대료, 가맹본부와의 불공정한 관계를 정상화하지 않고서는 일자리 창출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상황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둘째, 재정의 역할 또한 지금보다 훨씬 확장적이고 적극적이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 또한 2018년 한국 정부와의 연례협의보고서를 통해 청년 실업과 노인빈곤 등 한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점은 불충분한 사회안전망과 노동시장 및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이중구조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한국 정부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충분하게 확대하더라도 균형 재정수지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는 게 IMF의 지적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분석에 따르더라도, 한국은 노르웨이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은 재정 여력을 갖고 있다.  

재정 여력은 조달금리의 급속한 상승이나, 민간투자의 구축 효과를 야기하지 않고 정부가 돈을 빌릴 수 있는 범위를 말하는데, 한국의 재정 여력은 241.1%에 달한다. 0~40%는 치명적 리스크, 41~69%는 심각한 리스크, 70~124%는 조심이고, 124% 이상은 안전한 것으로  판단한다.  

사회복지 지출을 중심으로 재정을 확대할 경우 민간의 삶이 개선되고 생산성이 제고될 뿐 아니라 사회복지 서비스 일자리를 대폭 확충할 수 있다. 지역별 중소기업 R&D 센터의 설립과 운영 또한 민간의 생산성 증대를 가져오는 공공투자라 할 것이다. 교육과 기술,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공공투자는 민간투자를 보완한다. 민간투자의 수익률을 높이고, 따라서 민간투자를 끌어들이는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된다.  

셋째, 금융의 일자리 창출 기능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고 생산 활동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과거 한국은행이 수출기업과 대기업에 총액대출한도를 정해 저금리의 자금을 할당한 것과 동일한 수준의 금융중개지원대출이 이뤄져야 한다. 자영업자나 영세상공인이 조합을 구성해 상가를 구입할 경우 필요한 자금을 장기저리로 지원하고 협동조합형 가맹본부를 결성할 수 있도록 장기저리대출이 지원되어야 한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대기업이나 빌딩 소유주, 가맹본부와의 관계에서 대등한 대항력과 여유를 가질 수 있을 때야만, 이들을 통한 괜찮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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