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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수입車 타고 세금도 덜 내… 한국은'수퍼카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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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원 '마이바흐 S클래스' 출시 두달 만에 192대 팔려]

차값·유지비 무한대 경비 처리… 법인이 주고객

-신형 벤츠S클래스 대기만 1800명
세계시장서 13% 성장한 벤츠… 작 년 한국에선 47%나 성장

-高價일수록 법인 소유 비중 높아
올해 팔린 롤스로이스 28대… 딱 한대 빼고 사업자 소유

-'세제혜택'이 수퍼카 호황 공신
"개인 사업자 소득세율 인상에 세금 줄이려 수입차 구매 나서"

예금보험공사로부터 부실 대출로 은닉 재산을 추징당하고 있는 채모(68) 도민저축은행 회장은 고가(高價) 수입차 26대를 보유하고 있었다. 채 회장이 직접 구입한 것은 한 대도 없고 대다수는 대출금을 못 갚은 중소기업 사장이나 자영업자들로부터 압류한 것이었다. 예보 관계자는 "상당수 중소기업주가 회사 명의로 고가의 수입차를 구입해 굴리고 있는 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대당 가격이 10억원이 넘는 초고가 차량 부가티 등도 포함돼 있었다.

우리나라는 한 대당 수억원을 호가하는 수퍼 수입차들의 천국(天國)이다. 대당 가격이 2억~5억원인 벤틀리는 서울 강남 매장이 세계 57개국 매장 200여개 중 판매 실적 1위로 뉴욕, 베이징, 파리 매장을 압도한다. 세계 최고액 연봉을 받는 축구 스타 메시와 세계 최고 테너인 고(故)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구입한 것으로 유명한 마세라티의 지난해 국내 판매 증가율(전년 대비)은 468%에 달했다. 전 세계 국가 기준으로 7위이다. 고가 수입차의 주 고객은 중견·중소기업 오너나 의사, 변호사 같은 고소득 자영업자, 일부 연예인이다. 이들이 초고가 수입차를 많이 굴리는 배경은 뭘까.

벤츠 S클래스 2000여명 구입 대기 중

다음 달 국내 출시를 앞둔 3억5000만원(예상액)짜리 페라리 488GTB 모델은 28일 현재 사전(事前) 예약자가 40명이 넘는다. 페라리 측은 "우리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건희 차'로 불리는 마이바흐가 벤츠와 손잡고 개발한 '마이바흐 S클래스(2억9400만원)'는 올 4월 초 출시된 지 두 달 만에 192대 팔렸다. 지금 대기 고객만 150명 정도다. 신형 벤츠 S클래스(6세대)는 올 들어 5월까지 5189대가 팔려 이미 지난해 전체 판매대수(4602대)를 넘었다. 대기 고객은 1800여명, 대기 기간은 최장 6개월이다.

국내 대형차 시장에서 판매가 급증하는 수입차, 급감하는 국산차. 주요국 중 유일하게 값비싼 BMW 5 시리즈가 BMW 3보다 더 팔리는 한국. 법인이 주로 구입하는 高價 수입차.

지난달 방한한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츠 벤츠그룹의 마케팅·세일즈 총괄 사장은 "지난해 세계시장에서 벤츠그룹 성장률은 13%지만 한국 시장은 47%였다"며 "한국은 메르세데츠 벤츠에게 톱 10 시장 중 하나"라고 극찬했다. 벤틀리의 인기 모델인 플라잉스퍼(대당 가격 2억6000만원)의 지난해 전 세계 판매 실적 1위 도시는 서울이었다. 마세라티의 지난해 국내 판매량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판매량의 36%로 확인됐다.

올해 팔린 롤스로이스의 96%는 法人 소유

본지가 28일 미국·일본·독일·영국 등 4개국 시장을 비교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4000만~5000만원대인 BMW 3 시리즈보다 6000만~7000만원대인 BMW 5 시리즈가 더 잘 팔리는 유일한 시장이었다〈그래픽 참조〉. 중저가 차량보다 고가 차량이 더 많이 팔리는 가분수(假分數) 형태의 소비 구조다. 오토데이터, IHS 등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의 2009~2014년 판매 자료를 보면, 한국에서는 가격이 6000만~7000만원대인 벤츠 E클래스와 아우디 A6가 4000만~5000만대인 C클래스, A4보다 각각 2.9배와 1.9배 정도 많이 팔렸다.

주목되는 것은 수퍼 고급차일수록 법인(法人) 소유 차량 비중이 높다는 사실이다. BMW·벤츠·아우디의 국내 판매대수에서 개인사업자나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51%, 63.6%, 53.4%로 모두 절반이 넘는다. 가격대가 더 높은 롤스로이스와 벤틀리, 랜드로버는 그 비중이 훨씬 높다. 2억~3억원대인 롤스로이스는 올 들어 5월 말까지 팔린 28대 중 27대(96%)가 사업자 소유이다. 벤틀리는 87%, 랜드로버는 63%이다. 에쿠스 등 국내 대형차의 사업자 소유 비중(50~60%)을 크게 웃돈다.

節稅 목적 고급차 구매… 비용 처리 제한 둬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있는‘벤틀리 서울’매장.
여기가 세계 1위… 벤틀리 서울 매장 -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있는‘벤틀리 서울’매장. 세계 57개국에 있는 200여개 벤틀리 매장 가운데 판매 대수 1위이다. /김연정 객원기자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가 개인사업자나 법인의 업무용 차량에 대해 차 값은 물론 유지비까지 무한(無限)대로 경비(經費) 처리를 해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도한 세제(稅制) 혜택이 국내 수퍼카 호황을 만들어내는 숨은 '일등공신'이라는 것이다. 한 세무사는 "지난해 연소득 1억5000만원 이상 개인사업자에 대한 소득세율이 35%에서 38%로 인상되면서 중소기업인은 물론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까지 세금을 줄이기 위해 대거 고가 수입차 구매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들은 어떨까. 대부분 업무용차 구입 비용에 대해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 미국은 차량 값이 1만8500달러(약 2000만원)를 넘는 경우 세금 공제(控除)를 차등적으로 적용한다. 일본은 차량 가격 300만엔(약2600만원)까지만 업무용 차량으로 비용 처리를 해준다. 또 캐나다는 3만캐나다달러(약 2700만원) 미만, 호주는 5만7466호주달러(약 5000만원) 이하에서만 비용 처리가 가능하다. 조용석 국민대 교수(자동차공학)는 "지나친 고가 수입차를 법인 구매하는 경우 비용 처리 제한을 두는 등 무역 분쟁이 일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며 "특히 법인 차량의 개인적인 사용에 대한 규제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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