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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삼성로고 지운 갤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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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6'를 글로벌 시장에 출시하면서 유독 일본에서만 제품에 새겨진 '삼성(SAMSUNG)' 로고를 지웠다. 대신 '갤럭시(Galaxy)'란 글자만 남겼다. 무선충전기 등 관련 액세서리에서도 '삼성' 로고를 지웠다. 전작(前作)인 갤럭시S5까지는 없었던 이례적인 일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본 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거의 유일하게 고전하는 시장, 일본 공략을 위해 사명(社名)까지 버린 것이다.

일본 스마트폰 시장은 한국 제조사에 난공불락(難攻不落)으로 통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작년 일본 스마트폰 시장 1위는 애플(점유율 40.8%)이다. 소니(18.1%), 샤프(12.4%), 후지쓰(8.8%) 등 일본 업체가 뒤를 잇는다. 삼성전자는 점유율 5.6%로 5위다.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3위인 LG전자도 점유율이 1.7%로 존재감이 없을 정도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의 점유율을 합쳐도 시장 4위인 후지쓰 하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본에서 100명을 붙잡고 물어봐도 삼성·LG 스마트폰 쓰는 사람은 고작 7~8명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일본 출시 갤럭시S6의 로고 부분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그래픽=정인성 기자

전자(電子)대국으로 통하는 일본은 인구가 1억2700만여명으로 한국의 2배가 넘는다. 휴대전화 보급률이 110%가 넘을 만큼 이동통신 가입자도 많다. 경제력을 갖춘 데다 스마트폰 보급률도 70% 수준이라 아직 한국에 비하면 성장여력이 남아 있는 선진 시장이다.

그런 일본이 왜 한국 업체엔 '무덤'으로 통할까. 일본에서 지하철을 타보면 대부분 아이폰을 손에 쥐고 있을 만큼 아시아에서 가장 '친(親) 애플 성향'이 짙은 국가다. 감성적인 디자인과 직관적인 사용자경험(UX)이 일본인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애플도 아이폰6는 물론 애플워치를 출시할 때도 늘 1차 출시국에 주요 시장인 일본만은 빼놓지 않는다.

LG전자 휴대폰연구소장 출신인 서강대 정옥현 교수는 "일본 국민들은 자국 브랜드의 기술력이 최고라는 보수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며 "통신사들도 보조금 등에서 철저히 자국 제조사를 우대하는 정책을 쓰고 있기 때문에 선호가 뚜렷한 아이폰을 제외한 다른 외국산은 진입이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이런 일본 시장 특성으로 일본 제조사들이 자국 시장에 안주하면서 해외 시장에선 성과를 내지 못하는 독(毒)으로 작용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그래프
삼성전자는 2012년 갤럭시S3를 출시할 때만 해도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후지쓰(점유율 21.4%), 애플(18.4%)에 이어 3위(14.8%)였을 만큼 선전(善戰)했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독도 문제 등 정치적인 이슈로 일본 내 반한(反韓) 감정이 들끓었고 갤럭시S5마저 흥행에 실패하면서 급격히 힘을 잃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2012년 14.8%에서 이듬해 10.7%, 작년에는 5.6%로 매년 4~5%씩 감소해왔다. LG전자도 같은 기간 2.6→1.4→1.7% 점유율로 고전해왔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6' 출시를 계기로 일본 스마트폰 시장 재(再)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삼성전자 일본법인이 갤럭시S6 판촉을 위해 현지 매장의 마케팅 인력을 4배로 늘리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작년 10월 화면 한쪽이 휘어진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 엣지'를 내놓을 때에도 한국이 아닌 일본을 첫 출시국으로 정하는 등 시장에 꾸준히 공을 들이고 있다. LG전자도 이달 말 공개 예정인 전략 스마트폰 G4의 글로벌 체험행사를 진행하면서 일본을 대상 15개국에 포함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상징성이 있는 선진시장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도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가전(家電)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세계 TV시장 1·2위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일본에서만큼은 '마이너 업체'다. 삼성은 9년 연속 세계 1위지만 일본에선 점유율 0.1%라는 굴욕을 당하다 2007년 시장에서 아예 철수했다. LG전자도 점유율이 조금씩 상승하고 있지만 아직 2%대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워낙 자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강한데다, 세계 시장을 주름잡았던 자국 토종 브랜드들이 한순간에 쇠락한 것에 대한 경계심까지 겹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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