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에 갤럭시S6 출시를 홍보하는 문구가 붙어 있는 모습. 사진 이정훈 기자
출시 1주일 판매 현장 가보니
“갤럭시S6 덕분에 찾아온 손님은 늘었지만 구매는 아직 없다. 재고는 충분한데 (갤럭시S6) 엣지 골드만 물량이 10대로 한정돼 있다.” “저 같으면 아이폰6를 사겠습니다. 예약 구매도 끝나 무선충전 패드도 따로 구입해야 해요.”

16일 찾은 서울 영등포의 휴대폰 판매점들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6’보다 애플의 ‘아이폰6’를 권했다. 모두 ‘갤럭시S6 대량 입하’라는 선전물을 내걸었지만 막상 들어가 보니 “반응이 뜨거운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에스케이텔레콤(SKT) 판매점은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 대신에 사진을, 케이티(KT) 판매점은 가짜 모형을 손님에게 보여줬다. 구입 의사를 확실히 해야 제품을 내놓겠다는 것이었다.

출시 일주일을 맞은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의 초기 시장 반응은 미지근한 편이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갤럭시S5에 견주면 반응은 좋은 편이지만, 아이폰6와 비교하면 그렇게 뜨거운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역시 “전작(갤럭시S5)보다 시장 반응이 좋기는 하지만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방문 손님 늘었지만 구매는 미적
“보조금 줄고 시장 포화 탓” 분석
판매점 지원금, 아이폰6보다 적어
“이익 더 생기는 제품 권할 수밖에”
갤럭시 고객층 연령 높은 것도 원인

미지근한 시장 반응에 대해 이동통신사와 전문가들은 다양한 원인을 꼽고 있다. 우선 판매점에 건너가는 판매지원금(리베이트)이 아이폰6를 비롯한 다른 제품에 견줘 적은 편이다. <한겨레>가 확보한 ‘도매 단가표’를 보면, 판매점이 갤럭시S6를 팔 때 받는 지원금이 10만~23만원인 데 반해 아이폰6는 21만~28만원을 받는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이동통신사가 지난해 나온 아이폰6의 재고를 줄이려고 지원금을 좀 더 많이 책정하고 있는데다 삼성전자는 아직 지원금을 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판매점은 팔아서 이익이 더 많이 생기는 아이폰6를 갤럭시S6보다 더 권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아이폰과 갤럭시의 충성고객층이 다른 데도 원인이 있다. 에스케이텔레콤에서 갤럭시S6 예약 고객은 30대가 43.1%로 가장 많았고, 20대(26.4%)와 40대(20.2%) 등이 뒤를 이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아이폰 충성고객은 10대와 20대가 많아 입소문을 많이 탄다면, 갤럭시 충성고객층은 중장년이 많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지난해 4000만명을 돌파하면서 프리미엄폰 시장이 줄어든 이유도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미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다다른데다 단통법 실시 이후 보조금도 줄어 프리미엄폰보다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80만~100만원대 프리미엄폰이 국내 시장에서 손쉽게 구매자를 끌어내기 쉽지 않은 셈이다.

비록 삼성전자 휴대전화 매출에서 국내 시장 비중은 4%에 불과하지만 이런 상황은 현재 삼성전자가 전체적으로 직면한 어려움을 대변한다. 게다가 아이폰6에 견줘 갤럭시S6의 원가는 비싸지만 판매가격은 싼 형편이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에이치에스(IHS)는 갤럭시S6 엣지(64GB)의 원가가 아이폰6 플러스에 견줘 50달러가량 비싸지만, 판매가격은 더 싸다고 짚었다.

에이치엠씨(HMC)투자증권 노근창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는 애플처럼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대하지 않는데다 자체 생산한 부품을 많이 써서 조달 원가가 낮은 장점이 있다”며 “선진 시장에서는 마케팅비를 고가의 갤럭시S6 엣지나 대용량(64GB, 128GB) 제품에 집중해 평균 판매가격을 높이고, 신흥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저용량(32GB)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 대수를 늘리는 전략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