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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와 파일 시스템, 그리고 공감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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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ad and File Systems: Failure of Empathy

February 24, 2013 - 8:59 pm | Edited by Jean-Louis Gassée

The iPad placed a clear bet on simplicity — and was criticized for it. The bet won. But now, can the iPad evolve toward more business applications without sacrificing its simplicity, without becoming a “fridge-toaster”?

3년 전, 아이패드가 나왔다. 아이패드는 소비자들과 비판가들(대부분)에게 곧바로 히트를 기록했다. 스티브 잡스의 최신, 그리고 불행히도 마지막 창조물은 정말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에 들어맞을 만했다.

그러나 언제나처럼 제일 싼 자리에서 투덜거리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Mule Design의 공동 창업자인 몬테이로(Mike Monteiro)의 말이다.

"내가 보고 있던 트위터에 따르면, '전혀 무감동', '지루함', '개방형이 아님', '커다란 아이폰' 등의 반응이다. 대부분은 인터랙티브한 경험을 디자인하고 만드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었다."


몬테이로는 부정주의자들에게 날카롭고 적절한 답변을 해줬다. 그는 아래와 같은 그림을 공감의 실패(The Failure of Empathy)라는 제목으로 올렸다.



한 세대 전의 긱은 개인용 컴퓨팅 세계의 취향을 결정 내렸다. 프로그래머와 디자이너, 취미가와 사상가… 그들이 바로 "사용자 세상"을 그대로 대표했고, 그들 스스로가 염두에 둘 컴퓨터를 우리가 만들었다. 스티브 워즈니악은 스스로가(그리고 동료들) 쓸 요량으로 애플 ][를 디자인했는데 마침 거대하고 아직 손대지 않은 목표까지 히트를 쳤었다.

오늘날 긱은 컴퓨터 사용자의 조그마한 하위 집합에 불과하다. 윈도윙 시스템용 보조기억 장치가 "뇌사"상태가 되어버리도록 엔지니어링 했다면야 (보통은 과장된) 그들의 부정적인 코멘트도 이해할 수 있을 테지만, 실제 세상에서는 "바이트 섹스"나 "루프 펼침(loop unrolling)"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비-기술적인 사용자들이 생각하고 느끼며 반응하는 바이다. 다시 몬테이로의 글을 인용하겠다.

"업계인으로서, 루트 접근이 필요 없다고 하여 멍청하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도 이해해야 한다. 단순히 접근하기 싫다는 의미다. 이런 점을 이해할 수 없다면 이것은 공감의 실패만이 아니라 서비스의 실패이기도 하다."


이 글은 2010년 2월에 쓰여진 글이다. 당시 아이패드가 지금처럼 급속도로 클지 누가 알았을까는 의심스럽다. 2012년에 6,570만 대가 팔렸다. 2010년 데뷔 이래 1억 2,100만 대가 팔렸으며, 심지어 아이폰보다도 빠르게 성장중이다.

다 좋다. 하지만 성공에는 댓가가 따른다. 창시자들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경우가 늘면서 공감의 실패가 또다른 형태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이패드에서 "복잡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수요를 무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아이패드가 나왔을 때, 제일 친절한 리뷰어마저 아이패드를 소비용 기기이지, 작성용 기기로 보지 않았다. 뉴욕타임스의 포그(David Pogue)의 말을 인용한다.

"…아이패드는 노트북이 아니다. 뭔가 만들어내는 용도로는 별로 좋지 않다. 다르게 말해서, 아이패드는 책이나 음악, 비디오, 사진, 웹, 이메일 등 소비용으로서 보다 더 편안하다."


여전히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사용자들은 풍부한 미디어 프레젠테이션과 제품 광고지, 수업 준비물, 심지어 사업 운영에 이르기까지 보다 더 야심찬 임무를 아이패드 상에서 하고 싶어했다. "진정한" 개인용 컴퓨터로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당연하겠지만, 사용자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모든 일을 아이패드로 하고 싶어한다. 따라서 그들은 두 세계 모두의 최고를 원한다. 크기와 무게, (상대적인) 반응성, 그리고 특히 가격이 낮으면서 PC의 힘을 가진 아이패드다.

증거는 도처에 많다. 카페나 사무실, 공항 라운지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이패드를 Origami combo와 같은 키보드로 다루는지 보면 알 수 있다.



아니면 Logitec의 키보드 커버를 보시라.



두 키보드 모두 애플 스토어 전면에 당당히 올라와 있다. 그런 자리를 우연히(혹은 자선의 의미로) 내어줄 리 없을 터이니 이들 장비가 상당히 잘 팔리고 있으리라 추측할 수 있겠다.

물론 입증되지 않은 증거일 수 있다. 다만 애플은 아이패드가 포천 500대 기업 상당수에 침투해 들어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애플은 사업용 아이패드 애플리케이션의 활용을 애플 스토어에서 강좌하기도 한다.

그런 강좌에 필자도 지난 해 참석한 적이 있었다. 아이패드용 프레젠테이션 앱인 키노트의 기본적인 사항을 시연한 다음, 아이패드가 판매에 유용하다는 행복한 고객의 증언도 곁들었다. 모두 꽤 즐거운 분위기였지만 질문 답변 시간은 인정사정 없었다. 실제 혼합된 환경용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실질적인 답변은 없었다. 어째서 우리는 아이패드로 모든 문서를 볼 수 없는가? iWork 파일만이 아니라 맥에서 아이클라우드로 떨어뜨린 문서는 왜 못 보는가? 답변은 역시 없었다.

그렇다면 아이패드의 주된 장애물이 하나 있음을 알 수 있다. "진정한" 개인용 컴퓨터에서는 파일 시스템을 볼 수 있고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패드에서 파일 시스템은 숨겨져 있다. PC 상에서 파일을 만들거나 정렬하고 접근하는 행위는 사소하되 자연스럽다. 우리는 맥의 파인더나 윈도의 탐색기에서 파일을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다. 폴더 계층성 때문에 당혹스러워 하지도 않는다. MyGreatNovel 폴더는 "MGN-1"과 "MGN-2", "MGN-3" 드래프트를 길게 갖고 있으며, ArtWork, Reference, RejectionLetters와 같은 하위 폴더, 그리고 그 밑의 (RejectedByGrove, RejectedByPenguin, RejectedByRandomHouse…)같은 더 하위의 폴더도 갖고 있을 것이다.

아이패드 상에서는 파일 시스템을 들여다 볼 수 없으며 그 대신 앱을 열면 앱이 이해하는 문서 목록을 볼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은 "못 본다."

예를 들어 보겠다. 키노트는 프레젠테이션 파일 안에 들어가는 그래픽과 영상, PDF를 보게 하지 않는다. 맥과는 달리 아이패드에서는 파인더나 파일을 한 눈에 "모두" 볼 수 있는 장소가 없다. 다른 종류의 문서를 하나로 합칠 자연스러운 방법 또한 없다는 점은 더 중요하다.

달리 말해서 우리는 아이패드를 그 단순함 때문에 좋아하며, 우리 모두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음악을 다운로드하고 재생하면서 책을 읽고 이메일과 트윗에 답변을 작성하며 사진과 영화를 볼 수 있다. 파일을 헤집지 않아도 말이다. 그렇다면 "파일 시스템"에 대한 인식은 자연스럽다거나 사소한 것이 아니다. 생경스럽고 긱스러운 뭔가가 파일 시스템이다. 어째서 복잡하기 짝이 없는 폴더와 파일의 도가니에 집어 넣는다는 말인가?

iOS의 파일 시스템을 아이패드(그리고 아이폰)에서 숨기기로 한 애플의 결정은 긱이 아닌 이들에게 편안함을 준다. 메일과 아이튠스, 아이포토, 아이칼, 주소록과 같은 애플리케이션이 자신의 파일과 폴더를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는 스티브 잡스의 철학과도 궤가 맞는다. 맥의 파일 시스템 상에서 보면 애플리케이션은 데이터를 저장하지만 표면상에서는 약속과 사진 앨범, 이벤트, 메일박스, 메시지만 보인다.

Seinfeld의 Soup Nazi와 같은 것으로 볼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당신을 위한 파일 시스템은 없다!

앱 개발자와 고객들은 계속 시도중이다. Good ReaderFile Manager Pro와 같은 iOS 앱은 아이패드 구조를 과감하게 우회하고 있다. PhoneView는 아이패드 파일 시스템을 노출시키고 조절할 수 있게 해 주는데 권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런 앱의 성공은 제한적이며 댓가도 따른다. 원하는 결과와 멀티미디어 브로슈어, HR 튜토리얼을 얻을 경우 아이패드의 단순성과 유연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애플로서는 양자 택일이다. 왼편에는 현재의 경로가 놓여 있다. 더 낫고 가벼우면서 빠르지만 같은 길이다. 간단하고 성공적인 세계관에 대해 점진적인 변화만 있을 것이다. 바로 오늘날의경로이며 역사가 입증했다. (맥북의 발전을 생각해 보시라.) 수입액도 막대하다.

오른편에는 파워 유저가 현재는 불가능한 방식으로 데이터를 보거나 합칠 수 있도록 아이패드를 변화시키는 길이 놓여 있다. 태블릿 세상으로 빠져들기 주저하는 기업 고객이나 마이크로소프트 PC/태블릿 콤보, 혹은 안드로이드 기기와 같은 대안을 고려하는 소비자들을 끌 수 있다.

가장 쉬운 결정은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는 것이다. 두 개의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두 개의 모드이다. 장모님을 위한 쉬운 모드, 엔지니어와 매킨지 컨설턴트, 투자 은행가들을 위한 프로 모드. 그런 듀얼-모드 시스템은 지금까지 별로 성공적이지 못했다. PC와 맥 상에서도 시도한 바 있으나 성공하지는 않았다. (다시 읽고 보니, 맥 그 자체가 듀얼-모드의 머신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터미널 앱을 열어서 맥 안에 살고 있는 인증된 유닉스 엔진에 접근해 보시라…)

아이패드를 "오용"하리라는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다만 아이패드가 결국은 그러한 추세에 저항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보다 어려운 사용자들에게 아이패드를 개방하리라 예상하기는 힘들다. 단순성을 크게 희생시키지 않으면 냉장고+토스터의 덫으로 빠져들어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묘한 균형 잡기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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